[3월18일]‘이용규 사태’는 왜 이렇게 꼬이게 됐나

한화 이용규. 연합뉴스

한화 이용규(34)의 트레이드 요청은 정규시즌 개막을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한용덕 감독과의 면담을 통해 팀을 옮기고 싶다는 의사를 전한 것이 지난 11일, 시범경기를 하루 앞둔 때였다. 이후 나흘 뒤인 지난 15일 저녁 이용규는 구단 관계자들을 만나 다시 한 번 공식적으로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이용규가 자신의 의사를 구단 측에 전한 뒤 이 소식은 언론 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이용규는 다음날인 16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범경기를 앞둔 팀 연습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훈련하던 한화 선수단 사이에 유니폼을 입은 이용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용규는 홈 팀의 연습이 끝난 뒤인 오전 11시30분쯤 대전구장에 나타나 구단 관계자를 다시 만났고, 그 자리에서 이용규의 육성군행이 결정됐다. 당초 이용규는 이날 대전구장에 나서지 않은 채 트레이드 요구를 관철시키려 했으나, 구단 측의 강경 대응 과정 속에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규는 17일부로 서산 전용연습구장에서 훈련 중인 육성군에 합류한 상태다. 자신이 요청했던 트레이드나 방출 등을 구단이 결정해주길 육성군에서 기다리게 된다. 스프링캠프 전 한화와 계약하지 않고 두산으로 팀을 옮긴 권혁의 사례를 참고해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각 팀이 시즌 개막을 약 일주일 앞두고 올 시즌 전력 구상을 대부분 끝낸 상태여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다년(2+1년) 계약을 체결한 베테랑 외야수를 영입하려고 나설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키를 쥔 한화 구단 관계자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신중하게 접근해서 현장과 프런트, 이용규의 상황을 모두 살피겠다”고 말했다.

한화 역시 시즌 구상이 꼬이게 됐다. 주전 좌익수로 낙점했던 이용규가 사실상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새로운 얼굴을 투입해야 한다. 강견을 자랑하는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은 우익수 자리에, 지난해 좌익수 변신을 시도했다가 휘는 타구에 어려움을 호소했던 정근우는 중견수에 일단 고정될 것으로 보인다. 후보군은 많다. 시범경기 기간 동안 한화는 우투좌타 양성우(30)와 장진혁(26), 우투우타 김민하(30), 유장혁(19) 등을 번갈아 외야에 기용해왔다. 이 중 장진혁이 9타수 4안타(타율 0.444)에 3타점, 김민하가 13타수 4안타(0.308) 3타점으로 눈에 띄는 활약을 선보여 빈 자리에 다가서고 있다.

이용규가 빠진 지난 16일에는 장진혁이, 17일에는 김민하가 차례로 주전 좌익수로 나섰다. 한화는 이용규가 육성군행 통보를 받은 지난 16일 경기는 롯데에 6-1 승리를 거뒀으나, 17일에는 다시 롯데를 상대로 8회말 6-4 역전에 성공하고도 9회초 다시 4점을 내줘 6-8로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