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용규. 연합뉴스
한화가 KBO리그 정규시즌 개막을 채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고 악재를 만났다. 지난 겨울 FA 계약을 한 베테랑 외야수 이용규(34)가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한화가 강경대응에 나선 가운데 이용규 사태는 장기화 될 전망이다. 팬들의 거센 비난 속 이용규는 코너에 몰렸지만 반복되는 베테랑 선수들과의 갈등 역시 한화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드러났다.
이용규는 지난 15일 구단 관계자를 만나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한화 구단은 “이용규가 지난 11일 한용덕 감독과 면담해 트레이드해 달라는 의사를 밝혔고, 나흘 뒤 구단 관계자를 만나 또다시 트레이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면담 직후 이용규의 트레이드 요청 사실은 언론 보도를 통해 공론화됐다.
한화는 강경 대응으로 맞섰다. 지난 16일 롯데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팀 훈련에 무단 지각한 이용규와 면담하고 육성군행을 통보했다. 이용규는 17일 대전구장이 아닌 육성군이 있는 서산 한화전용연습구장으로 출근했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이날 대전 롯데전을 앞두고 이용규의 거취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용규가 누구냐”며 농담섞인 말로 답을 피했다.
개막 직전 돌발행동을 한 이용규에게 팬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용규는 개막 전 트레이드 요청 사실이 알려지면 얼마나 큰 비난을 받을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베테랑이다. 트레이드 요구에 대한 구체적 이유를 밝히지 않은 가운데 예상 밖 행동에 나섰다는 것은 시즌 준비 과정에서 상당한 갈등이 쌓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는 올 시즌 정근우를 중견수로, 이용규를 좌익수로 이동시킨다는 구상을 밝혔다. 타순도 9번에 배치했다. 데뷔 후 좌익수를 거의 맡지 않았던 이용규도 팀을 위한 이동이라는 점에서 수긍했고, 캠프 기간 인터뷰에서도 포지션 전향에 특별히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경기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용규는 선발 좌익수보다는 중견수 대수비, 대타로 들어설 때가 더 많았다. 시범경기에서는 지난 15일까지 4경기에서 한 번도 좌익수로 출전하지 않았다. 포지션 이동 지시를 받아들이고도 자신의 자리가 없어졌다고 느낄 수 있을법한 대목이다.
한화는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앞서 연봉 협상 중 스프링캠프에서 제외된 사실에 불만을 품고 방출을 요구한 권혁(두산)과 달리 이용규는 2년 이상 FA 계약을 한 선수다. 한화는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이용규를 9번 좌익수로 출전시킨 날 “우리 베스트 라인업”이라고 한 한용덕 감독의 말을 들어 이용규가 서운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베테랑과 갈등이 반복적으로 외부에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크다. 한화는 이미 지난 시즌 여러 고참 선수들과 갈등을 겪었다. 감독과 갈등 끝에 2군행을 통보받은 송광민과 결국 방출 요구가 수용돼 팀을 옮긴 권혁은 그 갈등이 수면위로 떠오른 사례일 뿐이다. 한화는 스프링캠프 기간 ‘무한경쟁’을 더욱 강조하며 갈등 국면을 봉합한 듯 보였지만 이용규의 강경한 움직임으로 개막 전부터 갈등 국면이 재현됐다.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사태로 인한 팀 분위기를 수습하지 못하면 한용덕 감독의 리더십까지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갈등이 공개된 이상 이용규 트레이드가 성사되기는 어렵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이런 분위기에서 다른 팀이 먼저 카드를 꺼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FA 계약 선수를 잔여 연봉이 보장되는 웨이버 형태로 풀어주는 것은 구단 입장에서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이용규 사태가 빠른 시간 안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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