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박주홍. 한화이글스 제공

한화의 고졸 2년차 좌완 박주홍(20)은 지난 1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9 KBO 시범경기 롯데전에 선발 등판하며 머릿속에 ‘85%’를 되뇌었다. “선발로 던지려면 네 힘의 85%만으로 던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스프링캠프 기간 내내 선발투수로 거듭날 준비를 하면서 송진우 투수코치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말이었다.

통산 120승 투수 출신 한용덕 한화 감독도 박주홍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 후 만난 박주홍은 “캠프 기간 ‘1구부터 100구까지 꾸준히 던질 수 있도록 힘을 키워야 한다’고 감독님이 강조하셨다. 이 말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명투수 출신 감독과 코치가 박주홍에 공을 들인 것은, 박주홍의 프로 데뷔 후 선발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박주홍은 데뷔 첫 해인 지난해 정규시즌 구원투수로만 22경기 등판했다. 18.2이닝 1승1패, 평균자책 8.68로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둔 것 또한 아니었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 깜짝 선발 등판하긴 했지만 선발을 일찍 내리고 선발만큼 길게 던질 롱릴리프를 이어 투입하는 ‘1+1’ 전략의 일환이었다. 당시 박주홍은 3.2이닝 3실점(2자책)한 뒤 지난해 선발로테이션의 한 축이던 김민우와 교체됐다.

그러나 한화는 포스트시즌과 스프링캠프에서 박주홍의 가능성을 높이 샀고, 김민우와 김범수, 장민재 등 선발 경험이 있는 선배들보다 먼저 5선발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 물론 박주홍이 정규시즌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에 대비해 ‘1+1’ 전략도 미리 구상해뒀지만, 박주홍은 올해 시범경기 첫 선발 등판에서 기대 이상의 모습을 선보였다. 5이닝을 74구만에 마무리짓고 1피안타, 1실점으로 잘 막았다. 박주홍은 “볼넷도 많이(3개) 내줬고 제구가 불안했다”고 했지만, 민병헌과 전준우, 이대호 등 강력한 우타자들이 포진한 롯데를 상대로 분명 의미있는 결과를 냈다. 실점 상황에서의 위기 관리 능력도 좋았다. 4회초 선두타자에게 2루타를 맞고 이어진 유격수 실책으로 무사 1·3루 위기를 허용했지만, 이어 유격수 병살타와 2루 땅볼을 유도하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박주홍은 자신을 향한 코칭스태프의 조언을 깊이 새기고 마운드에서 선보였다. 경기 후 한용덕 감독이 “박주홍이 자신의 공을 던지며 좋은 투구 내용을 보여줬다. 선발로서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가야할지 알아가는 것 같다”고 칭찬할 정도였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시도했던 변화들도 주효했다. 이날 경기에서 박주홍은 커브·슬라이더 등 다른 변화구만큼이나 캠프 기간 동안 연마한 체인지업도 자주 선보였다. 올 시즌 박주홍이 패스트볼 다음으로 많이 구사할 구종이다. 또 박주홍은 “겨우내 웨이트트레이닝도 열심히 하고, 또 캠프에서 많이 뛰면서 체력을 길렀다”고 말했다. 그 덕에 85%의 힘만으로도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최고구속(시속 144㎞)의 속구를 선보일 수 있었다. 박주홍은 이날의 좋은 결과에 덤덤하게 반응했지만, 한 감독은 “앞으로가 기대된다”며 활약에 고무된 듯 했다.

대전|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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