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수발을 드는 비서, 매일 알현하는 측근들, 충성심을 잃지 않는 지지자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파면됐지만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에서 그의 위세는 여전하다.
그는 지지자들의 응원, 측근 정치인들의 위문, 그리고 청와대에서 누리던 돌봄을 그대로 받으며 ‘마님’ 행세를 하고 있다. 삼성동 자택은 한 민간인의 거주지이지만 기자들과 시민들의 접근만 가능해졌을뿐 ‘작은 청와대’를 방불케 한다.
■윤전추 비서의 ‘돌봄’
박 전 대통령을 청와대서 보필하던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은 사표를 제출하고 삼성동 자택에서 박 전 대통령을 돌보고 있다. 그는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심판의 첫번째 증인으로 출석해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증언한 측근 중 하나다.
윤 전 행정관은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다니던 피트니스 클럽의 헬스 트레이너 출신이다. 그는 2012년 18대 대선 후보 때부터 박 전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업무를 돕다 청와대 행정관으로 임용됐다. 박 전 대통령 지난 12일 삼성동으로 복귀하면서 윤 전 행정관이 동행했다. 당시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그의 눈은 충혈돼 있었다. 윤 전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 보좌를 위해 청와대를 나왔다. 경호인력은 지원받을 수 있지만 경호원이 아닌 직원은 퇴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윤 전 행정관은 3급 공무원인 행정관직을 사임하며 자택에서 박 전 대통령을 지키고 있다.
■올림머리도 매일
박 전 대통령 특유의 올림머리를 담당했던 이들도 삼성동을 매일 드나들고 있다. 헤어와 미용을 담당했던 정송주·정매주씨 자매는 14·15일 연이틀 삼성동을 방문했다. 언니인 정송주씨는 헤어디자이너로 강남의 한 미용실 원장을 맡고 있으며, 동생 매주씨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다. 두 사람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올림머리를 매만졌다. 지난 14일 아침 일찍 택시를 타고 삼성동 자택을 방문한 자매는 15일 오전에는 따로 자택을 찾아 들어갔다. 이를 두고 박 전 대통령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게 아니냐는 예상도 제기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박 전 대통령은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머리손질이나 화장을 스스로 할 수 없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추측이 오가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매일 청와대에서처럼 삼성동에서도 두 사람의 머리손질을 받고 있다.
■친박들의 ‘알현’
친박 정치인들의 박 전 대통령 ‘알현’도 이어지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자택에 도착한 지난 12일 밤 자유한국당 소속 서청원·윤상현·조원진·최경환·박대출·이우현·민경욱 의원 등이 박 전 대통령을 맞았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들을 일컬어 ‘삼성동팀’이라고 부르고 있다.
지난 13일 오전에는 조원진 의원이 따로 삼성동 자택을 찾아 약 1시간 동안 박 전 대통령을 만났다. 조 의원은 방문 직후 기자들에게 “조금 몸이 안 좋은 것 같다. 보일러가 거의 작동 안돼 거실이 조금 추운 것 같다. 조금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추위를 걱정하는 조 의원의 말에는 진심이 묻어났다.
15일에는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자택을 찾았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게 오는 21일 출석하라고 통보하자 이에 대한 대응 방향을 논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은 “검찰이 요구한 일시에 출석하여 성실하게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두고볼 일이다.
■ “죄송합니다 마마” 지지자들의 충성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은 친박 정치인들이 아닌 지지자들에게는 쉽게 문을 열지 않고 있다. 자신을 애국시민으로 밝힌 사람들이 보내는 화분과 택배만 일부 받아들이고 있을뿐이다. 지난 14일 오전에는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에 있던 김평우 변호사가 삼성동 자택을 방문했으나 사전에 약속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들어갈 수 없었다.
물론 지지자들의 충심은 변하지 않고 있다. 삼성동 자택의 벽돌담에는 박 전 대통령 응원메시지가 담긴 포스트잇, 태극기, 장미꽃이 붙고 있다. 야당에 대한 울분을 토해내고 기자들에게 고성을 내뱉던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도 친박 단체 지도부의 제지 아래 고성을 줄여가고 있다. “이렇게 소리지르면 다 기사로 나갑니다. 대통령님께 도움이 될게 없습니다”라는 게 이유다.
여전히 작은 권력을 누리고 있는 ‘삼성동 마님’은 아직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고 있다. 국민에 대한 사과 역시 없다.
15일 오후 3시40분쯤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절을 올리겠다며 60대 여성 2명이 삼성동 자택을 찾았다. 그들은 아스팔트 바닥 위에서 박 전 대통령 자택을 향해 절을 올렸다. 그리고 이 같이 울부짖었다.
“정말 억울하고 원통해서 3일을 굶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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