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TV 인터넷 방송 진행자(BJ) 김○○씨가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인근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 손에는 먹다 남은 치킨 뼈가, 다른 한 손에는 팻말과 치킨 봉지가 들려 있다. 윤승민 기자

아프리카TV 인터넷 방송 진행자(BJ) 김○○씨가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인근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 손에는 먹다 남은 치킨 뼈가, 다른 한 손에는 팻말과 치킨 봉지가 들려 있다. 윤승민 기자

60대 이상이 모인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주변. 자택 앞 치킨집 앞에 30대 초반쯤 돼보이는 남성이 나타났다. 그는 한 손에 든 비닐봉지에서 다른 손으로 치킨을 꺼내 자리에 앉아 이내 입으로 뜯기 시작했다. 비닐봉지를 손가락에 건 뒤 꺼내든 팻말에는 ‘초등학생이 무슨 죄냐, 근혜야, 너 때문에’라고 적혀있었다. 이 남성의 앞에는 스마트폰이 꽂힌 삼각대가 놓여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 전 자택 주변에서의 친박 단체 집회가 장기화되고 주목도가 높여지면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뿐 아니라 인터넷 방송 진행자(BJ)까지 등장했다. 

자신을 김○○라고 밝힌 이 남성은 이날 박 전 대통령 자택 인근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악감정은 없었다”며 “다만 주변 초등학생들의 통학이 불편하다고 하기에 현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치킨을 뜯은 이유에 대해 “닭집 앞에서 닭을 먹고 싶었다”며 “어제(16일) 이 주변에 집회 제한 통고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늘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행동이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자극할 것임을 예상하지 못했냐는 물음에 “예상했다”며 자신의 등 뒤에 붙인 팻말을 가리켰다. 패딩 조끼 뒤에는 ‘뒤를 노리지 마시오. 카메라맨이 10m 뒤에서 촬영중-’이라고 쓰여 있었다. 

아프리카TV BJ 김○○씨가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인근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다 등 뒤에 붙은 팻말을 보여주고 있다. 윤승민 기자

아프리카TV BJ 김○○씨가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인근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다 등 뒤에 붙은 팻말을 보여주고 있다. 윤승민 기자


김씨는 인터넷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에서 4개월 정도 개인 방송을 해오고 있지만, 평소 동시접속자수는 20여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다만 이날 방송에는 평소보다 많은 120여명이 접속해 방송을 지켜봤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취재진의 물음 도중에도 생방송 중인 시청자들을 향해 인사를 하기도 했다. 

김씨와 기자들의 만남은 박 전 대통령 자택 앞 도로에서 한 모퉁이를 지난 대로변에서 이뤄졌다. 김씨가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집회 참가자들에게 ‘정신병자’ 등의 소리를 들으며 쫓겨나듯 물러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는 봉지 속에 남은 치킨을 마저 먹겠다며 자택 앞 도로로 다시 가려고 했지만,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찰의 제지로 현장을 떠났다. BJ 김씨의 등장은 검찰 수사를 앞둔 박 전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크다는 것을 방증하는 듯 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