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취재진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돌아서는 최재우(24·한국체대)에게서 그가 지고 있던 부담감의 무게가 느껴졌다. 올림픽을 앞두고 ‘내려놓음’을 강조하던 터였다. 그러나 최재우도 ‘한국 첫 설상 종목 메달 기대주’라는 세간의 기대를 완전히 외면하지는 못한 듯 했다. 부담감에 올림픽 1차 예선에서 예상밖으로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최재우는 9일 강원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모굴 예선 경기에서 72.95점으로 20위를 기록했다. 국제스키연맹(FIS) 2017~2018 프리스타일 스키 월드컵 모굴 랭킹 4위라는 기록에 비해 아쉬운 성적으로, 상위 10명에게 주어지는 결선 선착 티켓을 받지 못했다.
30명의 선수 중 21번째로 출발한 최재우는 첫번째 점프에서 ‘콕 1080’이라는, 점프 뒤 공중에서 세바퀴를 회전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그리고 두번째 점프대에서는 공중에서 두바퀴 회전한 뒤 손으로 스키 끝을 잡는 ‘재우 그랩’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 기술 후 착지가 흔들렸다. 다행히 넘어지지 않아 레이스는 마쳤지만, 착지 실수 탓에 전체 점수 중 비중이 60%인 턴 점수가 많이 감점됐다.
최재우는 “준비는 다 됐다. 다만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상에 신경쓰면 오히려 부진했던 전례가 있었기에 최재우는 ‘자신이 할 것에만 집중하겠다’고 되뇌어왔다. 하지만 출발선에 섰을 때 자신을 향해 들려온 함성에 순간 감정 조절에 실패했다.
다만 최재우의 결선 길이 막힌 것은 아니다. 1차 예선에서 10위권 밖 성적을 기록한 선수들은 12일 오후 7시30분에 열리는 남자 모굴 2차 예선에서 참가한다. 2차 예선에서 10위 안에 든다면 총 20명이 출전하는 결선 무대에 합류할 수 있다.
최재우는 “2차 예선이 열리는 12일에는 더 많은 관중이 오실 것으로 안다”며 “그 때에도 함성 소리에 흔들리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겠다”고 말했다. 또 예상 밖의 성적이었지만 “최악의 경우를 항상 생각해왔고, 오늘 경기 부진도 의미있는 경험으로 남을 것”이라며 “2차 예선 전까지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보다 실수없이 경기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각오롤 다졌다.
최재우를 포함한 한국 모굴 대표 선수들은 모두 이날 열린 1차 예선 통과에 실패했다. 남자 대표 서명준(26)은 68.45점으로 26위, 개막을 앞두고 극적으로 합류한 김지헌(23)은 69.85점으로 24위를 차지했다. 여자 모굴 예선 경기에서는 서지원(24)이 68.46점으로 19위룰 기록했다. 서정화(28·이상 GKL스키단)는 경기 도중 넘어지는 실수를 저질러 참가 선수 30명 중 최하위로 경기를 마쳤다. 여자 선수들은 남자 선수들보다 하루 앞선 오는 11일에 2차 예선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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