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안부장관 탄핵안 가결을 알리는 의사봉을 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8일 국회를 통과했지만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탄핵소추위원인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이 탄핵 심판 과정에 미온적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도읍 위원장은 이날 이 장관 탄핵안 표결 전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이 장관이 국무위원으로 탄핵될 정도의 위반 사유가 있는지를 주안점으로 두고 활동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탄핵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질문에는 “아닌 걸 맞다고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국회법과 헌법재판소법 등은 탄핵 심판에서 파면 결정을 이끌어내는 검사 역할을 하는 국회 소추위원을 법사위원장으로 명시하고 있다. 소추위원은 탄핵소추의결서 정본을 헌재에 제출하고, 소추의결서를 낭독하고 피소추인(탄핵 대상자)을 신문할 수 있다. 다만 헌재 심판 규칙 57조에 “소추위원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해 탄핵 심판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고 돼 있을 뿐 소추위원단 및 탄핵 심판 대리인단 구성은 사실상 법사위원장의 재량이다.

 

김 위원장도 의원총회 전 “소추위원단·대리인단을 꾸릴지는 소추위원에게 주어진 권한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16~2017년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탄핵처럼 다수의 국회 소추위원단과 변호사 수십 명의 대리인단이 꾸려지지 않을 수 있다. 검사 역할을 하는 법사위원장이 이 장관의 책임을 물을 의지가 없다면 헌재 심판은 맹탕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김 위원장이 시간을 끌며 탄핵심판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탄핵소추의결서를 헌재에 제출해야 심판 절차가 시작된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의장으로부터 전달받은 탄핵소추의결서를 헌재에 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늘은 제출하지 않았다. 언제 제출할지는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간 국회 탄핵안 처리 당일 법사위원장이 헌재에 의결서를 제출했던 전례와는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이 장관이 탄핵심판 출석을 거부하거나 심판기일을 연기하는 등 지연 전략을 펼 때 김 위원장이 이에 동조할 수도 있다. 올해 퇴임이 예정된 헌법재판관 교체까지 맞물려 탄핵 여부 결정이 22대 총선 국면인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늦어지다 ‘각하’(결정하지 않음) 또는 ‘기각’으로 결론 난다면 민주당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민주당은 우려한다. 민주당 한 의원은 통화에서 “김도읍 위원장이 탄핵 심판에 미온적일 때 이를 막을 방법은 법사위원장 해촉 말고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소추위원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시간을 마냥 끌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전 업무 관련 책임자인 행안부 장관을 계속 공석으로 두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계산으로 안전 행정을 등한시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소신에 반한다’는 주장은 펼 수 있겠지만 시간을 마냥 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