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책임 물어
출석 의원 293명 중 179명 찬성
헌정 사상 첫 국무위원 탄핵소추
이상민, 소추의결서 송달 받고
헌재 결정 나올 때까지 직무 정지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법사위 회부 동의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국회가 8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책임을 물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국무위원 탄핵소추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국회는 이날 출석 의원 293명 중 179명 찬성으로 이 장관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탄핵소추 가결 요건인 재적 의원 과반수(150석)를 넘겼다. 반대는 109표, 무효는 5표였다.

 

국회 과반 의석을 둔 더불어민주당(169석)을 비롯해 탄핵소추안을 공동발의한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당이 대부분 찬성하고, 여당인 국민의힘(115석)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무기명 투표이지만 당론을 이탈한 투표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탄핵소추 사유는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재난안전법 위반이다. 이 장관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한 사전 재난 예방 조처를 하지 않고, 참사를 인지한 후에도 재난대책본부를 늦게 가동하고 수습본부는 설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회 국정조사 등에서 위증을 하고 유가족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한 점도 지적됐다.

 

국무위원 탄핵소추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2015년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해, 2019~2020년 홍남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 3번, 2020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2번으로 총 6번의 탄핵소추안 발의가 있었지만 모두 표결 없이 폐기되거나 표결에서 부결됐다.

 

탄핵소추를 주도한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권이 책임 회피와 모르쇠로 일관하니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회법 절차에 따라 가결하게 된 것”이라며 “헌법재판소가 국가의 안전은 정부가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에서 현명하게 판단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종철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장은 민주당과 만나 “정부가 철저히 침묵하는 상황에서 국회의 역할을 이제라도 해줘 감사하다”며 “부디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까지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표결 후 본회의장 앞에서 야당이 법적으로 소추 요건이 되지 않는데 다수의 횡포를 부렸다고 규탄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무소불위로 권력을 휘두른 민주당 의회 폭거”라고 비판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탄핵소추안 통과에 대해 “의회주의 포기”라며 “의정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내외적으로 여러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의정사에 유례 없는 이런 상황이 벌어진 점에 대해서 국무총리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차관과 재난안전관리 본부장을 중심으로 행정안전부 본연의 업무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탄핵 소추의결서를 전달받은 이 장관의 직무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정지됐다. 이 장관은 입장문에서 “국민께 심려를 끼쳐 매우 안타깝다”며 “탄핵 심판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탄핵 소추위원인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국회 법사위원장이 헌재에 탄핵 소추의결서 정본을 제출하면 탄핵 심판 절차가 시작된다. 헌재는 접수일로부터 180일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이 결정된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