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대응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6일 공동 발의했다. 민주당이 이날 이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를 당론으로 결정하면서 야 3당의 탄핵소추안 공동발의와 본회의 보고가 진행됐다. 야당이 재적의원 과반 의석을 확보한 만큼 본회의 표결이 진행되면 탄핵소추안은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탄용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정국이 더욱 경색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이 장관 탄핵소추안 당론 발의를 결정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개별 전화나 면담 등을 통해 의원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밟은 결과 제 생각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의원들이 탄핵소추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는 부득이하다는 의견을 주셨다”고 말했다. 과반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탄핵소추안 발의를 확정하자 이 장관 탄핵소추를 주장해온 정의당과 기본소득당도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야당은 탄핵소추안에서 이 장관이 사전 재난 예방 조처를 하지 않고 참사를 인지한 뒤에도 재난대책본부를 늦게 가동하고 수습본부는 설치하지 않은 점, 관용차를 기다리다 참사 현장에 늦게 간 점, 국회 국정조사 등에서 유가족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한 점을 소추 사유로 적었다. 야당은 이 같은 행위가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재난안전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일 의원총회를 열고 이 장관 탄핵소추안 당론 발의 여부를 논의했지만 당내 반대에 막혀 결정을 미뤘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돼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서 소추위원장을 맡는 법제사법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고, 탄핵이 헌재에서 기각되면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는 공직자의 헌법·법률 위반 사항에 대한 해임 건의나 탄핵을 소추할 책무가 있다”며 “헌법이 입법부에 부여한 책임을 묻는 게 다수당인 민주당이 할 책무라는 판단 아래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기각 당시 결정문을 인용해 탄핵 인용 가능성도 작지 않다고 주장했다. 당시 결정문에는 대통령 파면을 위해서는 ‘중대한 법 위반’의 존재가 필요하다며 “대통령을 제외한 다른 공직자의 경우에는 파면 결정으로 인한 효과가 일반적으로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미한 법 위반 행위에 의해서도 파면이 정당화될 가능성이 큰 반면…”이라고 적시돼 있다.
민주당 이태원참사 대책본부 참사수습단장인 박주민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탄핵심판은 헌법재판이기 때문에 이 장관의 형사상 유·무죄를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장관이 직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 헌법 가치를 훼손했는지를 본다”며 “국회 탄핵소추위원의 재량 폭이 넓어도 국회가 의결한 소추안의 범위를 넘을 수 없다. 헌재가 심판 도중 별도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탄핵 심판에서 증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혜영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이제는 국회가 국민의 뜻을 받들어 (이 장관) 탄핵소추에 나서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헌재에서도 국민과 국회의 뜻을 잘 헤아려주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탄핵소추안 표결에 들어가면 과반 의석을 확보한 야당의 찬성으로 탄핵소추안은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야3당은 오는 8일 본회의에서 표결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소추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 장관의 직무는 헌재가 탄핵 심판을 내릴 때까지 정지된다. 윤석열 정부 핵심으로 꼽히는 이 장관 탄핵소추에 여당이 협조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없다. 당장 표결 일정 등을 정하는 문제를 두고 여야 대립은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장관은) 탄핵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 민주당의 탄핵 당론 추진은 이재명 방탄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장관) 탄핵과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한 민주당 내의 비판의 목소리마저 묵살됐다”며 “이로써 민주당은 이재명 방탄을 위한 사당화가 완성된 듯 보인다”고 밝혔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는 순간 민주당은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과 후폭풍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국회에서 많은 절차가 남아있는데 대통령실에서 입장을 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국무위원 탄핵은 헌법과 법률에 중대한 위반이 있을 때 하는 것인데 이런 식의 탄핵이 추진되면 헌정사에 나쁜 선례가 되리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장혜영 의원이 사퇴 의향을 묻자 “누누이 말씀드렸지만 저는 현재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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