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연합뉴스

 

대선을 31일 앞둔 6일 현재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사이 오차범위 내 초접전 양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과거 대선에서 보이던 ‘승리의 법칙’들도 흔들리고 있다. 대선 100일 전 여론조사 결과가 선거 당일까지 이어진다는 ‘D-100 판세 유지의 법칙’은 D-100일 이후로도 양대 후보 지지율이 등락을 거듭하며 혼전 양상을 보이면서 무색해지고 있다. 중도층 공략을 우선순위에 놓던 그간의 ‘중도층 선점의 법칙’도 이번 대선에서는 다소 양상이 다르다. 중도층이라는 큰 덩어리 대신 잘개 쪼개진 유권자 민심을 겨냥한 행보가 오히려 눈에 띄고 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치러진 7차례 대선에서 D-100 무렵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앞선 후보가 본선에서도 승리한 경우가 6차례다. 예외는 2002년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가 유일하다. 이번 대선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확언하기 어렵다. 대선 100일 전 여론조사에서는 대체로 윤 후보가 우세한 결과가 많았지만, 이후 윤 후보 지지율이 등락을 거듭하면서 대선 한 달이 남은 지금 다시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으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일례로 대선 100일 전인 지난해 11월29일 공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윤 후보는 46.3% 지지율로 이 후보(36.9%)보다 9.4%포인트 앞섰지만, 이후 조사에서 윤 후보 지지율이 급락과 반등을 오가며 두 사람 사이 지지율은 다시 좁혀졌다. 지난달 10일 같은 기관 조사에서 윤 후보 지지율이 34.1%까지 추락하며 이 후보에게 오히려 6.0%포인트 뒤처지는 결과가 나오더니, 이후 윤 후보가 다시 반등에 성공하면서 이 후보와의 초접전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D-100의 법칙이 흔들리면서 관심은 3주간의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는 오는 15일 무렵의 여론조사 결과로 옮겨지고 있다. 공식선거운동 개시 시점의 여론조사 결과가 대선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D-21의 법칙’은 1987년 이후 7차례 대선에서 예외없이 모두 들어맞았다. 각 후보들 입장에서는 남은 10여일이 마지막 ‘골든타임’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중도층을 잡는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중도층 선점의 법칙’이 이번 선거에서 들어맞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그간 대선에서 대체로 보수 후보는 좌클릭, 진보 후보는 우클릭하며 중원 공략으로 수렴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중도층이라는 큰 덩어리보다 잘게 분화된 유권자들을 겨냥한 작은 공약 중심의 공세가 양대 후보 진영에서 공통적으로 관측된다. 이재명 후보가 지난해 11월부터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이라는 이름으로 작은 공약 공세에 나서자, 윤석열 후보도 지난달부터 ‘심쿵 약속’이라는 이름의 생활밀착형 공약을 연이어 내놓으며 경쟁에 가세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간 탈모약 건보 적용, 대중교통 5G 와이파이 도입, 섬 주민 1000원 여객선 등을 공약한 이 후보는 6일 자동차세 부과 체계를 차량 가격과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으로 바꾸겠다는 내용의 64번째 소확행 공약을 내놨다. 윤 후보도 흡연구역 확충, 온라인 게임 인증 절차 개선 등에 이어 이날 32번째 심쿵 약속 공약으로 교원 행정부담 완화를 내걸었다.

1997년 15대 대선에서 김대중·김종필, 2002년 16대 대선 노무현·정몽준, 2012년 18대 대선 문재인·안철수 등 중도층 공략을 위한 후보 단일화가 잦았던 지난 선거에 비해 이번 대선에서는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 논의가 좀처럼 시작되지 않는 점도 다른 양상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전통적 지지기반이 이번에도 과거처럼 움직일지 지켜볼 부분이다. 이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호남 출신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들과 불거진 감정의 골 탓에 호남 지지층 결집에 애를 먹고 있고, 윤 후보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구속에 관여한 데다 이 후보가 경북 안동 출신이라는 점 등이 맞물려 대구·경북(TK) 지지층을 완벽히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KSOI가 국민일보 의뢰로 지난 3~4일 성인 1006명에게 실시해 이날 내놓은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의 TK 지지율은 52.9%에 그친 반면, 이 후보가 지지율 25.8%로 선방했다. 반대로 호남 지역에서는 이 후보가 지지율 54.5%를 얻는데 그쳤고, 윤 후보는 20%에 육박하는 19.2%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외 후보 본인과 가족들의 리스크 관리, 남은 TV토론 등도 선거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선거 막판에 새로운 의혹이 불거진다면 여론에 따라 빠르게 움직였던 20대나 막판까지 선택을 미루고 있는 무당층이 한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8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무당층 유권자 39%, 중도층 유권자 10%가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추가 TV토론도 표심의 향방을 가를 수 있다. ‘비호감 대선’이라는 불명예에도 불구하고 지난 3일 열린 대선 후보 첫 4자 TV 토론 시청률은 39%로 역대 대선 토론 중 시청률 2위를 기록했다.

심진용·윤승민 기자 sim@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