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등장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일제히 중국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복 입은 여성이 중국 소수민족 대표로 묘사된 것이 중국의 ‘문화공정’ 아니냐는 것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석차 중국을 방문 중인 박병석 국회의장은 6일 베이징 주재 한국특파원단과의 온라인 간담회에서 “전날 리잔수(栗戰書)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과 2시간 반 동안 회담과 만찬을 하면서 한국에서 진행되는 논란과 우려에 대해 입장을 표명했다”면서 “리 위원장은 관계부처에 전달하고 한국의 관심을 고려하라고 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전했다. 박 의장은 “한복이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라는 것을 의심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한복은 우리의 대표적 문화로 자부심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다만 “중국 14억 인구 중 1억2000만명 가량이 소수민족이고, 한족을 제외하면 55개 민족이 소수 민족”이라며 “그러한 관점에서 상호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날 “한복이 전세계의 인정을 받는 우리의 대표적인 문화 중 하나라는 점에는 재론의 요지가 없다”며 “중국 측에 고유한 문화에 대한 존중과 문화적 다양성에 기초한 이해 증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 부처와 협업 하에 재외공관 등을 통해 한복을 비롯한 한국의 고유 문화를 국제사회에 계속해서 홍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상황은 지난 4일 중국 베이징 내셔널스타디움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개회식 도중 벌어졌다. 개회식 중 중국 내 56개 민족을 상징하는 사람들이 개최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게양하기 위해 전달하는 과정에서 한복으로 보이는 흰색 저고리와 분홍색 치마를 입은 여성이 등장한 것이다. 국내에선 그간 김치나 한복 등 한국 고유의 문화유산들을 중국의 것이라고 주장한 중국의 ‘문화 공정’의 일환이 아니냐는 여론이 일었다.
이를 두고 개회식에 참석했던 황희 문화부 장관은 “중국 측에서는 조선족이 소수 민족 중 하나라고 한 건데, 양국 관계에 오해 소지가 생길 수 있다”며 “중국 신화통신과 인터뷰에서도 ‘한국 문화가 전 세계로 퍼지는 상황에서 한 나라로 성장하지 못한 민족을 주로 가리키는 소수 민족으로 조선족을 과감하게 표현한 것은 양국 간 오해 소지가 있고, 안타깝다’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황 장관은 외교적으로 항의할 계획을 묻는 말에는 “(공식적인 항의 등) 그럴 필요까지는 현재 생각 안 하고 있다. 양국에 오해 소지가 있는 부분은 중국 체육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서 국내 여론 등을 언급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라고 답했다.
정치권은 개회식 직후 높은 수위로 비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전날 경남 창원시 현대로템을 찾은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문화공정이라는, ‘대국으로 과연 이래야 되느냐’는 납득하기 어려운 정책이 시행되는 것 같다”며 “‘축제(동계올림픽)의 시간을 문화공정의 시간으로 삼지 않는가’하는 일각의 우려를 중국 정부는 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같은 날 제주 해군기지가 있는 강정마을에서 기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을 듣자 “고구려와 발해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럽고 찬란한 역사, 남의 것이 아니다”라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중국당국에 말합니다. 한푸(漢服)가 아니라 한복(韓服)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박찬대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도 전날 논평을 통해 “올림픽처럼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때에 노골적으로 문화공정을 벌이는 것은 묵과할 수 없다”며 “중국 정부의 문화공정 중단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중국의 문화공정 야욕은 대한민국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면서도 “이재명 후보는 ‘대국’인 중국 정부가 답해야 한다고 무책임하게 말하기 전에, 우리 정부에 당당히 항의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라고 말했어야 마땅하다”며 정부와 이 후보를 동시에 비판하기도 했다. 이 같은 강경 발언들은 20대 대선을 앞두고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반중정서’를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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