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리그’라는 별칭까지 붙은 일본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는 한·일 프로팀간 맞대결도 빈번하다. 연습경기는 어디까지나 정규시즌을 앞둔 연습이라고는 하지만, 한·일 팀간 대결은 상대 리그의 수준차를 간접 측정할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은근한 자존심 싸움이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KBO리그 팀들은 일본 프로야구 팀들 앞에서 자존심만큼은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 2월 중순 오키나와의 변덕스런 날씨 탓에 취소된 경기도 여럿 있는 가운데 26일에야 뒤늦게 첫승을 거뒀다.
두산은 이날 일본 미야자키 선마린구장에서 열린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와의 연습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뒀다.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확정한 이영하와 올해 명예회복을 노리는 유희관이 2이닝을 각각 무실점으로 막았고, 오재일과 고졸 6년차 외야수 김경호가 솔로 홈런을 하나씩 터뜨려 승리를 이끌었다.
두산의 이날 승리는 한국 프로팀이 일본팀을 상대로 거둔 연습경기 첫 승이기도 하다. 두산도 지난 23일 미야자키에서 열린 오릭스와의 연습경기에서 4-14로 패했고, 앞서 지난 15일 오키나와에서 열린 지바롯데전에서도 4-7로 졌다. 일본 팀과만 연습경기를 6번 치른 KIA의 성적도 좋지는 않다. 26일 요코하마를 상대로 12-12 무승부를 거두기 전까지 요미우리·히로시마·야쿠르트·주니치와 치른 5경기에서 모두 아쉬운 패배를 안았다. 한화는 지난 18일 주니치 1군과의 맞대결에서 4-4 무승부를 거두긴 했지만 지난 11일 주니치 2군을 상대로 0-18로 대패하는 등 2무2패를 기록했다. 비 탓에 일본팀과의 연습경기가 두번 취소된 삼성은 한화에는 승리했지만 지난 16일 요미우리에겐 1-11로 크게 졌다.
승부보다는 선수 점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만큼 연습경기 승패에 각 팀이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다만 선수들의 경기력과 리그의 경쟁력을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 일본 프로팀들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2월부터 팀 단위 캠프에 돌입하지만, 스스로 실전에서 바로 뛸 수 있는 몸을 만들어 캠프에 합류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한국 선수들은 아직 이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각자의 몸만들기 루틴이나 계획이있고 그것이 일본 선수들과 같아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시즌 전 충분히 몸을 만들지 않았다면 정규시즌이 개막했을 때 좋은 기량을 팬들에게 선보이지 못할 우려가 있다. 단순히 컨디션 차이인지, 국내 선수들의 경기력 문제까지 얽혀있는지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 등 다른 곳에서 1차 캠프를 차렸던 팀들이 오키나와에 속속 합류하면서 이제 미니 한·일전은 좀처럼 보기 어려워졌다. 미야자키 2차 캠프에서 ‘구춘대회’에 참석한 두산만이 일본팀과 3차례 연습경기를 앞두고 있다. 일본 팀을 상대로 자존심을 세울 기회는 거의 없지만 각 팀은 시범경기 기간마저 짧은 올해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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