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7일]김승연 한화 회장 "대통령이 독대하며 그룹 애로사항 물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65)이 지난해 7월 독대한 박근혜 대통령이 한화그룹에 대한 애로사항을 물어봤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사실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순실씨(61)·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은 이같은 내용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검찰은 지난해 7월25일 박 대통령이 김승연 회장을 독대했을 당시 상황에 대해 김 회장이 진술한 내용을 공개했다. 김 회장의 진술조서에는 “대통령과 1대1로 독대했고, 15분 가량 독대했으며, 그 자리에서 한화그룹 애로사항을 대통령이 물어봤다”고 돼 있었다. 김 회장은 “처음에는 특별한게 없다고 답했으나, (대통령이) 구체적인 것 물어봐서 태양광 사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며 “대통령의 말에 주로 화답을 했으며, 대통령이 한류·한식 널리 알려야 하고 불우한 아이들과 비인기(체육)종목을 기업에서 관심갖고 지원해 달라고 했다”고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57)의 검찰 진술조서도 이날 법정에서 공개됐다. 최 회장은 “나라에서 추진하는 사업이고 일정금액을 낼 수밖에 없다고 해 110억원을 출연했다”며 “사면의 취지가 일자리 창출 등이라고 알고 있었으며, 만약 재단 출연을 직접 보고받았어도 (재단에) 하자가 없는 이상 출연금을 냈을 것이다”라는 취지로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최 회장이 언급한 사면 조건은 2015년 8월 당시 김영태 SK그룹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들은 “최태원 회장이 사면받을 때의 숙제가 있다. 출소하면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말을 뜻한다. 그러나 최 회장은 재단 출연으로 실질적으로 SK그룹이 얻은 이익은 없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서 최순실씨 측 변호인은 고영태씨와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 류상영 더운트 부장 등 측근들 사이의 녹음파일을 공판 도중 재생했다.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고영태씨와 김 전 대표, 김 전 대표와 TV조선 기자 이모씨의 대화를 바탕으로 이번 사건이 ‘기획 폭로’라는 주장을 이어나갔다. 고씨는 김 전 대표에게 TV조선의 차은택씨·늘품체조 관련 보도를 언급하며 “좀 더 강한게 나왔을 때 한꺼번에 터뜨리고 싶다 이거야. 그래야 한 방에 죽일 수 있는거지”라고 말했다. 이씨는 김 전 대표와의 전화 통화 도중 보도 내용과 방향에 대해 고씨와 이야기했다는 말을 했다.

이에 검찰은 “고영태씨가 최순실씨 통해 대통령마저 움직일 수 있는양 거짓말을 하고 허세가 상당했다는 점, 고씨가 자기 이익을 생각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는 점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이번 사건 수사 및 기소에 의해 고영태와 관련자들의 영향력 행사나 개입은 없었다”며 변호인들이 제기한 ‘기획 폭로’설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