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몸 단 대리인단 ‘헌재 농단’ 어땠기에…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이 탄핵심판 사건 변론에서 고대·중세·근대·현대사를 아우르는 역사 강의를 하고 있다.
재판부와 언론 등을 향한 이들의 역사 강의는 국회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대통령을 ‘희생자’로 규정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의 사실상 첫 변론이던 지난달 5일 2차 변론에서 대리인단의 서석구 변호사(73)는 “예수도 십자가를 졌다”며 박 대통령이 불의하게 핍박받고 있다는 변론을 했다. 또 “소크라테스도 다수결로 배심재판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며 국회가 다수결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킨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기원전 1700년대의 함무라비 법전과 1215년 영국의 마그나카르타(대헌장)에도 무죄추정 원칙이 있는데 피의사실이 입증되지 않은 박 대통령을 심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사실관계를 묻는 증거조사와 증인신문이 진행되며 멈췄던 역사 강의는 지난 22일 16차 변론 때 다시 등장했다.
김평우 변호사(72)는 1시간45분간의 장시간 변론을 하며 ‘크롬웰 혁명’ 얘기를 꺼냈다. 17세기 영국에서 의회파와 국왕파가 충돌해 결국 국왕이 처형된 청교도 혁명을 뜻한 것으로 보인다. 김 변호사는 “헌재가 없다면 국회파와 대통령파가 나뉘어 내전 상태에 들어간다. 영국 역사에 크롬웰의 혁명으로 수십만명이 죽었다”며 “헌재가 국회 쪽에 쏠려 탄핵심판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변론 후 대리인단 언론 브리핑에서는 대표 격인 이중환 변호사(58)가 <블랙 먼데이스 : 연방대법원의 최악의 선택들>이라는 책을 소개했다.
이 변호사는 “미국 연방대법원은 우리 헌재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최고법원”이라며 “이들이 얼마나 황당한 판결을 했는지 나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예로 “도주한 흑인 노예를 종전 소유자에게 돌려주는 데 합헌, 2차 세계대전 발발 후 미국 서부에 살던 일본인 이민자들을 로키산맥 동부 네바다에 강제이주한 것이 합헌이었다”고 말했다. 미국 근·현대 시기 최고법원이 잘못된 판결을 했다며 헌재의 결정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이렇게 역사 지식을 늘어놓는 목적은 궁극적으로 탄핵심판을 부정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를 통해 국회의 탄핵소추 과정, 헌재의 탄핵심판 과정이 모두 위법·위헌이고 향후 헌재의 결정도 정당성이 없다는 걸 강조한다는 것이다. 권력형 비리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된 박 대통령을 ‘약자’ ‘희생자’로 설정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변호사가 언급한 연방대법원 결정의 피해자들은 흑인 노예, 이민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었고, 서 변호사가 예를 들었던 예수도 기득권 세력과 거리가 멀다.
법조계 관계자는 “박 대통령 대리인들이 재판관과 변호인의 관계를 망각하고 70대의 법조계 선배가 50대의 후배를 가르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이미 탄핵심판에서 이겨야겠다는 생각은 포기하고 심판 자체를 부정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의심될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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