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이 중요하지 않은 스포츠 종목은 없다. 얼마나 집중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건 당연지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무관중 경기 체제를 맞이한 프로배구에서는 그 집중력이 화두로 떠올랐다. 관중들의 응원과 함성이 없는 낯선 경기장에서 선수들뿐 아니라 경기 운영에도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지난 25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한국전력-삼성화재전은 관중없이 치러졌음에도 평소와 비슷하게 운영된 부분이 많았다. 작전시간 및 세트 중간 휴식시간 때 관중들을 위한 이벤트는 당연히 없었지만, 랠리가 한 차례 끝날 때마다 선수들 및 팀 응원가가 장내에 울려퍼진건 같았다. 비디오판독 때도 경기감독관이 마이크를 잡은 채 비디오판독 진행을 알렸고, 판독중인 느린 화면은 경기장 전광판을 통해 중계됐다.
그럼에도 코트 밖 백업 선수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리려고는 했지만 수천명의 관중들이 코트를 향해 내지르는 함성에는 비할 수가 없었다. 감독 및 선수단은 그 차이를 느꼈다고 했다.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은 경기 후 “평소에는 랠리 끝나고 관중들이 ‘와~’하고 소리지를 때 선수들이 전열을 가다듬곤 했다”며 “무관중 상태에서는 관중 환호가 없다보니 선수들이 랠리 후 전열을 정비하는 게 어수선해보였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삼성화재가 3세트 18-13까지 앞서다가 연거푸 8점을 내줘 역전을 허용한 것도 그 때문이라며 “선수들 집중력이 떨어지다보니 자리를 못 잡고 자잘한 범실이 많이 나온 것 같다”고 평가했다. 상대팀 한국전력의 장병철 감독도 “선수들의 몰입도가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감독들이 걱정하는 것은 떨어지는 경기력 외에 또 있다.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선수들이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 봄배구 진출팀의 윤곽은 어느 정도 나왔지만 리그 순위 경쟁이 아직 치열한 상황에서 상위권 팀들이 낯선 환경에서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경기에서 패할뿐 아니라 선수들도 다치게 돼 우승에 도전하기는 더더욱 힘들어진다.
집중력은 선수들에게만 주어지는 과제가 아니다. 심판들 및 경기 운영진들도 무관중 경기에서 집중력을 유지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병철 감독은 “심판들이 시그널을 보내거나 판정할 때도 몰입도가 떨어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경기는 5세트까지 길게 이어진 탓도 있었지만, 비디오 판독도 적잖이 나왔고 주심이 판정을 정확히 못내려 선심들과 합의하는 장면도 막판에 잇달아 연출됐다.
매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6라운드에서, 각 팀 선수단은 심판의 판정 하나하나에 예민해지게 마련이다. 이 상태에서 심판들의 정확한 판정과 운영진의 매끄러운 경기 진행은 필수다. 경기장을 찾는 관중들은 없지만 TV를 통해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은 여전히 적지 않다. 마지막 순위싸움에 찬물을 끼얹는 경기가 속출하지 않으려면 선수단뿐 아니라 경기를 운영하는 인력들에게도 집중력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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