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이정미 재판장 “말씀 지나치다”에도 95분 ‘마라톤 변론’
ㆍ조원룡 변호사 “강일원 주심 고압적 재판” 기피 신청도
22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 도중 헌재소장 권한대행인 이정미 재판장은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는 듯 “말씀이 지나치다”는 발언을 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재판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필리버스터(고의적 의사진행 방해)’를 연상케 하는 노골적 시간끌기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15차 변론에서 이 재판장에게 고성을 지르고 삿대질을 해 논란을 빚었던 김평우 변호사(72)는 이날 1시간35분가량의 ‘마라톤 변론’을 하며 무더기 증인 신청을 했다.
김 변호사는 오후 2시15분쯤부터 변론을 시작해 3시50분까지 대통령 탄핵심판 제도의 위헌성과 위법성을 주장했다. 탄핵소추 사유와 관련해 “뇌물, 직권남용, 강요죄를 모두 더한 ‘섞어찌개’를 만들었다”고 비판하는가 하면, 이 재판장과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 등을 겨냥해 “소추위원(국회) 측 수석대리인”이라고도 했다. 김 변호사는 “재판관 8인으로 판결하면 찬성 쪽이든 반대 쪽이든 하자를 끄집어내 재판 무효를 주장할 것이다. 내란 상태로 들어갈 수도 있다”고 협박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손으로 소추인단 쪽을 가리키며 “국회는 힘이 넘치는데 약한 사람은 누군가. 여자 하나(박 대통령)다. 법관은 약자를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뒤이어 이동흡 변호사가 탄핵 사유가 중대한 법 위반이 아니라면서 20여분간 변론을 이어갔다. 이날 헌재에 처음 출석한 구상진·조원룡 변호사까지 대리인단의 변론은 총 2시간20분간 진행됐다. 김 변호사는 탄핵심판 절차의 위법성을 증명할 헌법학자들과 탄핵에 찬성한 비박계 의원들, ‘8인 재판관 체제 선고’를 언급한 박한철 전 헌재소장 등 약 20명을 증인으로 신청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김 변호사는 재판관들이 “법률이 아니라 개인적 지식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항의했다.
이어 조 변호사는 강일원 재판관이 “편파적인 증인신문, 고압적인 재판 진행으로 공정성을 해한다”며 기피 신청을 했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재판부는 15분간 휴정하고 논의한 끝에 각하 결론을 내리자 대리인단 측은 크게 반발했다. 이에 이 재판장은 “소송법을 다시 한번 살펴보시면 답이 나올 것 같다”고 일축했다.
김·조 변호사 등이 항의하던 중 손범규 변호사가 “대통령이 오늘 심판 상황도 파악하지 못하는 등 준비기간이 부족하다”며 최종변론 기일 연기를 요구했다. 재판부가 24일로 예정됐던 기일을 27일로 사흘 미룬 뒤에야 소동은 일단락됐다. 대통령 측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는 재판관 기피 신청 등 이들의 행동에 대해 “변호사들은 각자 대리권을 갖고 있다”며 “사전에 논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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