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지지층을 향한 결집 메시지를 내고 있다. 대선이 다가오지만 범여권 지지층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전적으로 지지하지 않으면서 지지율 경합열세 국면이 지속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지지층 결집 전략이 역으로 정부·여당에 불만을 가진 부동층의 정권교체 여론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우상호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본부장은 2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본부장단회의에서 “민주당 당원 및 지지자들에게 호소한다. 이럴 때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선대위 정무실장은 “어제 이재명 후보가 마음이 어린 사과를 했다. 20대 대통령이 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5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면서 “5월 봉하마을 들판에 선 세 분의 대통령을 바라봐주시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친문(재인)’ 지지자들 중에 남아있는 반(反) 이재명 정서 지우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 후보가 전날 SNS에 “아직도 제가 흔쾌하지 않은 분들 계신 줄 안다. 저를 아픈 손가락으로 받아주시면 좋겠다”고 글을 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민주당은 지지층 결집 전략이 정권교체론이 득세한 20대 대선 구도에서 역효과를 낼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메시지나 활동이 현 정부에 대한 중도층의 반감을 자극하고 ‘무조건 정권교체’ 기조로 나선 국민의힘에 유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일 윤석열 후보의 ‘적폐청산 수사’ 발언이 담긴 중앙일보 인터뷰가 공개되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튿날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는 입장을 내자 이 후보는 윤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좁혔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6~11일 전국 18세 이상 3040명에게 조사한 결과 윤 후보(41.6%)와 이 후보(39.1%)의 지지율 격차는 2.5%포인트로 전주(5.3%포인트)보다 2.8%포인트 줄했다. 특히 11일 일간 지지율은 이 후보(41.4%)가 윤 후보(38.4%)를 3.0%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같은 기관이 지난 13~18일 전국 18세 이상 3043명에게 한 조사에서는 이 후보(38.7%)와 윤 후보(42.9%)의 지지율 격차가 다시 오차범위(±1.8%포인트) 밖 4.2%포인트로 벌어졌다(자세한 내용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 같은 여론 추이를 두고 민주당에서는 문 대통령의 강경한 반응이 일시적인 지지층 결집과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으나, 정권교체 구도가 더 공고해지며 효과가 반감됐다는 시각도 있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가 정권교체 구도를 강화하려 전략적으로 ‘적폐 청산’ 발언을 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편으론 지지율 격차 증가 원인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지난 13일 야권 단일화 제안’과 그에 따른 야권 지지자들의 결집으로 꼽았다. 그러나 또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정권교체 구도를 강화시켰고, 안 후보가 ‘야권 단일화’ 제안 결심을 굳혔을지도 모른다”며 “대통령의 메시지가 선거에 효과적이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