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화 돌풍의 근원지는 마운드였고, 기대 이상 활약해 준 투수들이 적지 않았다. 장민재(29)는 그 중 돋보이는 투수는 아니었지만 보직을 가리지 않고 던지며 한화 마운드에 숨통을 틔웠다.
6승(2패)에 평균자책 4.68, 성적이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구원투수로 나서 1이닝이건, 2~3이닝이건 가리지 않고 던지면 한화에 적잖은 도움이 됐다. 순위 다툼이 끝나지 않았던 9월에는 선발로 깜짝 변신했다. 선발로 뛴 3경기에서 1승1패를 거두는 데 그쳤지만 5이닝씩 막아준 것만으로도 불펜은 힘을 아낄 수 있었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도 깜짝 선발등판해 4.1이닝을 2실점으로 막았다. 한화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장민재가 디딤돌을 놓은 덕에 이날 만큼은 승리를 챙겼다.
장민재는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선발경쟁 출발선에 섰다. 올해 경쟁을 유독 강조하는 한화에서 선발 자리는 외국인 투수들의 두 자리를 제외하면 완전경쟁이다. 왼손투수라는 것 자체가 이점인 박주홍과 김범수, 지난해 선발로 뛰었던 우완 김민우와 사이드암 김재영, 빠른 공과 과감한 승부가 강점인 김성훈 등이 후보군이다.
장민재는 그들에 맞서 ‘다양한 패스트볼’을 무기로 갈고 닦고 있다. 다른 젊은 투수들보다 구속이 빠르지는 않지만 “직구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직구’로 통하는 공은 회전이 많이 걸려 속도가 빠르고 다른 변화구보다 ‘아래로 덜 떨어질’뿐이다. 장민재는 “여러 그립을 시도하면서 다양한 패스트볼을 던지려고 한다”며 “몸쪽으로, 때로는 바깥쪽으로 코스에도 변화를 주며 승부를 하려고 한다”고 했다.
평균구속이 시속 140㎞에 미치지 못하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고육책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제구에도 자신감이 붙었기에 무빙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생각할 수 있었다. 장민재는 “속구를 10개 던진다면 그 중 7~8개 정도는 원하는 곳으로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용덕 감독이 지난해 부임하면서 강조했던 ‘섀도 피칭’과 ‘이미지 트레이닝’의 효과도 지난해 느꼈다.
한 때 늘지 않는 구속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장민재는 “시속 150㎞ 넘는 공도 맞아나가지 않냐”며 미련을 버렸다. 어떤 보직이든지 가리지 않고 던지는 게 장민재의 장점이었지만, 장민재는 “그래도 이왕 뛸거 선발로 뛰는게 좋지 않겠나.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겨우내 밸런스 유지에 집중하며 다양한 패스트볼의 위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장민재가 선발진 한 자리를 차지한다면, 한화 마운드도 그의 패스트볼만큼 다양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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