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알파인스키 활강서 동메달
ㆍ“한국전 참전 할아버지 회상”

‘스키 여제’ 린지 본, 마지막도 빛났다


린지 본(34·미국·사진)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놓친 게 많이 아쉬울 법했다. “물론 금메달을 땄으면 더 좋았겠죠.” 아쉬움을 애써 숨기려 들진 않았다. 하지만 본은 말했다. “지난 8년간 내가 겪어온 시간들을 생각해보면, 동메달도 정말 놀랍습니다. 자랑스러워요.”

본은 21일 정선 알파인센터에서 열린 올림픽 알파인스키 여자 활강 경기에서 1분39초69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땄다. 금메달리스트인 2017~2018시즌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스키 월드컵 활강 랭킹 1위 소피아 고지아(26·이탈리아)와는 0.47초 차이가 났다.

본은 평창 올림픽이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줄곧 공언해왔다. 바라던 금메달을 따지 못해 아쉬울 법했다. 본은 22일 알파인스키 여자 복합 종목에도 출전하지만, 활강뿐 아니라 주종목이 아닌 회전 경기도 뛰어야 해 메달 획득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본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생각만큼 빠른 속도로 스키를 타지 못했지만, 시상대에 오르는 게 목표였다”며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겪어오고 이겨낸 시간들은 짧지도 쉽지도 않았다. 2010 밴쿠버 올림픽 알파인스키 여자 활강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2013년 말 무릎을 다쳐 2014 소치 올림픽엔 나서지 못했다. 재활에 3년이 걸렸고, 남편과도 이혼했다. 하지만 재기에 성공했다. 비록 올림픽 우승은 놓쳤지만 건재한 기량으로 다시 한 번 시상대에 올랐다. 금메달리스트인 고지아도 “당대 최고의 여자 스키 선수와 함께 경쟁하게 돼 믿을 수 없다. 영광”이라고 했다.

하지만 본도 평창 올림픽 참가를 석 달 앞두고 별세한 할아버지 얘기엔 눈시울을 붉혔다. 할아버지는 본에게 처음 스키를 가르쳐준 사람이다. 본은 평창이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된 때부터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할아버지와 함께 한국을 찾고 싶어 했다. 본은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감정을 추스르기 어렵다”면서도 “오늘 경기를 보면서 할아버지도 자랑스러워하셨을 것”이라고 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