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정이 방역지원금 규모를 둘러싼 이견으로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처리를 지연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18일 16조원 규모 정부안의 단독처리 뜻을 밝혔다. 청와대와 정부도 국회에 신속한 추경안 처리를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정부안을 ‘찔끔 매표 추경’이라며 40조원 규모를 요구했다. 이날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이 정부안 상정을 요구하자, 국민의힘은 여야가 상임위를 통해 넘긴 추경안을 예결위 소위원회가 심사중이라며 반대했다. 민주당은 정부안 처리 때까지 회의장에 남겠다며 농성에 들어갔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신속한 방역지원금 지급과 민생방역 보강을 위해 추경안을 신속 처리하겠다”며 “야당이 계속 민생·방역예산을 발목 잡는다면 민주당은 단독으로 정부와 협의해 신속히 추경안을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역예산을 발목잡기 넘어 구속하는 국민의힘은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후 박병석 국회의장을 찾아 추경안 신속처리를 요구했다.
여·야·정은 전날까지 추경안 증액 협상을 벌였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정부는 ‘16조원+α’ 범위의 추경안을 고수하고 있고, 당초 35조원 규모를 제안했던 민주당이 이에 동의했다. 최대 쟁점은 방역지원금이다. 민주당은 정부가 제시한 1인당 300만원을 우선 지급하고 대선 후 2차 추경을 건의해 증액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여당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조기 지원 필요성을 내세웠지만 지원이 늦어질 경우 대선에서 이들의 표심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한다. 국민의힘은 1인당 1000만원 규모의 방역지원금을 요구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날 국회의 빠른 추경안 처리를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참모회의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상황이 절박하다”며 “국회는 한시라도 빨리 추경안을 처리해 민생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적극 협조해달라”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사실상 재난적 상황으로 이분(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 대한 지원은 한시가 급하다”며 “여·야는 추경안을 조속히 협의·조정해 확정해달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오후 박병석 국회의장을 만나 추경안 신속 처리를 당부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경안을 단독 처리하겠다고 압박하자 “참 나쁜 정권”이라며 역공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재명 후보는 35조원 규모의 추경을 한다고 대국민 약속을 했는데, 정작 민주당 지도부는 16조원에 불과한 ‘찔끔 매표추경’을 힘으로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엄중한 코로나 상황을 대선에 어떻게든 이용하려는 ‘찔끔 매표추경’이 아니라, 하루빨리 더 폭넓고, 더 충분한 추경이 통과될 수 있도록 이 후보와 민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재삼 촉구한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최소한 40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주장했다.
이날 민주당 요구로 소집된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여야 입장은 평행을 달렸다. 여당 의원들은 정부안을 상정해 표결에 부쳐달라고 요구했다. 야당 의원들은 “(예결위 산하) 소위에서 추경안을 논의 중인데 (정부안을)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킬 수 없다”며 반대했다. 국민의힘 소속 이종배 예결위원장은 정부안 상정에 대해 여·야 간사 협의가 필요하다며 정회를 선언했다. 민주당 예결위원들은 예결위 회의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희들은 추경안이 통과될 때까지 회의장을 지키겠다”며 순번을 짜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예결위 후 SNS에서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에 제안한다. 어려움에 빠진 국민을 신속히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 처리에 협조해 주시기 바란다”며 “부족한 부분은 선거가 끝난 후 2차 추경을 하는 것으로 여야가 국민에 약속하자”고 밝혔다.
여야의 입장차가 크지만 극적인 합의에 이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청와대·정부·여당의 신속 처리 압박이 거센데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용 추경 처리 공방이 장기화될 경우 국민의힘도 책임론을 덮어쓸 수 있다. 윤호중 민주당·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오는 21일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담판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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