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학교를 교육 정식과정으로 하자.”

지난달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책·공약마당 홈페이지 ‘20대 대선 희망공약제안’ 페이지에 이런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인천 연수구에 사는 우모씨는 “노인의 비율은 증가하고 사회변화는 빠르며 고독사는 증가하고 있다”며 “사회재교육과 건강체크, 상호교류를 통해 정신건강 체력증진을 도모하고 있다”고 썼다. 그는 “중·고등학교 학생은 줄고 있는데 시설은 커지고 예산은 증가하고 있다”며 “노인교육 시설로 전환해 교육 예산 낭비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이런 제안들은 선관위가 지난달 초 문을 연 희망공약제안 페이지에 줄을 잇고 있다. 17일 오후 3시 기준 500개가 넘는 제안들이 페이지에 게시됐다. 희망공약제안은 선관위가 2012년부터 운영해 오고 있다. 선관위는 현재 20대 대선과 오는 6월1일 열리는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대한 희망공약제안을 받고 있다. 제안된 공약들은 선거 후보들이 자신의 공약으로 수용하거나 당선 후 실제 집행으로 연결될 수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각 후보 관계자들에게 입후보설명회 등을 통해 선관위의 ‘희망공약제안’에 대해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희망공약제안들을 보면 유권자들은 실제 생활 속에서 겪은 어려움이나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한 다양한 문제들을 대선 후보들이 해결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경기 오산시에 거주하는 조모씨는 “현재 진행중인 출소자 취업지원사업은 취업설계부터 사후관리까지 제공하는 서비스로 사업수혜를 받은 출소자들의 재범률은 약 1%”라며 “하지만 수혜자는 출소자의 10분의 1수준이다. 이 같은 재범방지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이 제안은 17일 오후 3시 현재 가장 많은 조회수(약 970회)와 추천수(약 230회)를 기록했다.

대구 달서구의 노모씨는 “청년 무연고 사망은 최근 3년새 58% 증가하였지만, 오늘날 사회 돌봄 시스템은 영유아와 노인, 중장년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스웨덴 등에서 진행 중인 청년 심리 및 일자리 상담 제도를 도입해달라고 제안했다. 자신을 사회복지사라고 소개한 서울 양천구 권모씨는 “치매에 대해서, 장기요양제도와 치매안심센터 등 시설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치매에 대해 알리고 시설 입소 상담을 도와주는 ‘치매 해설사’ 제도를 만들어 일자리도 만들고 정확한 정보도 제공했으면 한다”고 글을 올렸다.

늘어나는 소년 범죄를 근절하자는 차원에서 “소년법을 개정해 촉법소년 연령을 인하하라”는 요구, 한부모가정 중 ‘모자가정’과 ‘부자가정’ 간의 지원 차이를 두는 정책을 고쳐달라는 제안도 있었다. 이혼 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비(非)양육자로부터 국가가 양육비를 직접 징수해달라는 제안, 국회에서 공전 중인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도록 차기 대통령이 추진하라는 요구도 있었다.

선관위는 더 많은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난달 11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게시된 공약을 바탕으로 참여 이벤트를 개최한다. 우수·장려·참가상으로 나눠 최대 5만원 상당의 모바일상품권을 지급한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커피 찌꺼기를 활용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이, 2018년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아이 돌봄 쉼터 운영’이 각각 참여 이벤트에서 대상을 받았다. 선관위는 “희망공약은 정책의 목표와 우선순위,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 소요기간과 재원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이밖에 더 많은 유권자들이 정책 선거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게끔 정책·공약마당 홈페이지를 개편했다. 기존 정책·공약알리미 사이트와 ‘희망공약제안’, ‘공약이슈지도’ 사이트를 통합했다. 대선 후보들이 선관위에 제출한 프로필과 10대 공약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후보들 중 둘을 골라 서로의 공약을 나란히 비교해 보는 ‘후보자공약 한눈에 보기’ 기능도 추가됐다. ‘공약이슈트리’ 메뉴에서는 20대 대선의 주요 정책이슈와 키워드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서 연령별, 성별로 어떤 공약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