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37·한화)의 올해 실전경기 첫 선발 포지션은 중견수였다. 정근우는 14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연습경기에 1번·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비록 수비를 본 3이닝 동안 그에게 단 한개의 타구도 향하지 않았지만 그에겐 상징적인 출전이었다.
한화의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정근우는 큼지막한 1루수 미트를 끼고, 또 외야로 나가 뜬공을 쫓고 있다. 정근우는 “전체 수비 훈련의 3분의 2는 중견수 자리에서, 나머지 3분의 1은 1루수 자리에서 소화하고 있다”며 “2루 수비 훈련은 별도로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정근우는 2000년대 후반부터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2루수였다. 공격과 수비를 두루 갖추고 KBO리그와 국제대회에서 팀의 우승을 숱하게 이끈 2루수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시즌 국가대표 2루수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입고 1루수 전환을 받아들인데 이어 올해는 중견수로 시즌을 치를 준비를 하고 있다.
2루수 자리로 돌아갈 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지만 정근우는 “이제 내가 2루수로 더 뛸 수 없다고 해도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며 “내 포지션이 어디냐보다는 더 많은 경기에 나서고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근우는 “물론 선수생활 끝까지 2루수 자리를 계속 지킨다면 정말 아름다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면서도 예년보다 부진했던 지난해를 인정하기로 했다. 정근우는 지난해 2루수로서 39경기·303이닝만에 실책을 9개 범하는 등 예년에 비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정근우의 2루수 수비율은 0.949로, 다른 팀 주전 2루수들에 비해 확연히 낮았다.
치골근 부상을 당해 한달여를 결장한 사이에는 강경학-정은원이 경쟁하며 한화의 2루 자리를 굳게 지켰다. 정근우는 “팀이 힘들 때 후배들이 잘해줬기 때문에 한화가 시즌을 3위로 마칠 수 있었다”며 오히려 공을 돌렸다. 그러면서 “오래도록 2루수로 활약해왔지만, 언젠가는 이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겠다고도 생각해왔다”며 “그 때가 아마 지난해가 아니었나 싶다”고 했다.
이제 정근우는 2루수로의 자존심보다는 “더 많이 뛰고, 팀에 더 도움이 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정근우는 “막 데뷔했던 2005~2006년을 돌이켜보면, 어떻게든 경기에 나가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다. 지금도 그 때의 마음으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프로 1·2년차 때 정근우는 SK에서 2루수보다는 외야수로 더 많은 경기를 뛰었다.
포지션이 바뀌는 동안에도 지난해 3할 타율(0.304)로 시즌을 마쳤고, 이날 연습경기에도 첫 타석 중전안타를 기록하는 등 정근우의 방망이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그간 경쟁력 있는 타격을 보여온 정근우는 포지션이 바뀌어도 타선 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정근우는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는 각오로 캠프를 치르고 있다. 정근우는 “10여년간 스프링캠프를 체험했지만 올해만큼 전 선수들이 의욕적으로 잘 준비한 캠프는 없었다”며 “다치지 않고 한 시즌을 잘 치르고, 그러면서 팀이 좋은 성적을 낼 때 잘 어우러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각본은 없다 > 다이아몬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월15일][캠프X인터뷰] 한화 박상원 “넘치는 에너지로 많은 것 배웁니다” (0) | 2019.02.22 |
---|---|
[2월14일][캠프ing] ‘씽씽’ 강속구로 기대감 높이는 오키나와 영건들 (0) | 2019.02.22 |
[2월14일][캠프ing] 괌 합동훈련 아베-박세혁… 오키나와서 해후 (0) | 2019.02.22 |
[2월14일][캠프ing] 감독이 바라던 한화의 건강한 경쟁…“고참들도 느슨하지 않아” (0) | 2019.02.22 |
[2월14일][캠프X인터뷰] 이젠 두산의 중심 최주환 “결국은 멘탈이더라” (0) | 2019.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