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결선 경기 중 “배고파” 트윗하던 열여덟 소녀, 스노보드 여왕이 되다
ㆍ클로이 김, 하프파이프 금메달 예선부터 결선까지 90점대 유일
ㆍ“부모님 나라서 금메달 따니 감격” 다음 스케줄은 ‘할머니와의 쇼핑’
‘새로운 여왕’의 대관식 시나리오는 훌륭했다.
13일 강원 평창군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열린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여자 3차 결선 경기. 2차 결선까지 2위를 달리던 중국의 리우지아유(26)가 마지막 점프 후 엉덩방아를 찧는 순간, 미국 응원단을 중심으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금메달의 주인공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저만치 꼭대기 위에서 그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내자 환호성은 더 커졌다. ‘천재 소녀’ 클로이 김(18·미국)은 숨을 한 차례 들이쉰 뒤 ‘개선의 질주’에 나섰다. 남자 선수들이 한다는 점프 후 공중 3회전이 두 차례 연달아 나왔다. 점프해 뒤로 돌며 몸을 한 바퀴 비틀고, 다시 점프해 옆으로 몸을 한 바퀴 돌렸다. 금메달이 확정된 가운데 보인 연기에도 실수는 없었다. 98.25점. 관중들은 “클로이”를 외치며 여왕의 탄생을 알렸다.
클로이 김의 연기는 압도적이었다. 은메달을 딴 리우지아유와의 점수차는 무려 8.50점에 달했다. 예선에서도, 결선에서도 90점 고지는 그에게만 허락됐다. 2차 결선에서 받은 41.50점도 연속 공중 3회전을 시도하다 실패해 받은 것이었다. 스스로가 실수 없이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니 이변이 생길 여지가 없었다. 완벽한 연기로 금메달을 딴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의 김연아가 연상됐다.
눈밭의 여왕은 달랐다. 기자회견장에 “호우” 하는 짧은 외침과 함께 들어서더니, 회견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코를 매만지고, 양 손을 머리 위로 활짝 펼치는 등 표현도 풍부했다. 이날 결선 경기 도중에는 트위터에 “배가 고파 화가 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어렵지 않게 금메달을 손에 넣은 것 같지만, 클로이 김도 경기 도중에는 긴장을 했다고 한다. “올림픽 무대는 어릴 적 꿈이었어요. 4년을 준비해 온 자리였는데, 결선이 열린 1시간30분 동안 내내 긴장했어요.” 시상대에 올랐을 때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는 것, 오랫동안 준비해 좋은 성적을 냈다는 감격에 눈물이 났어요.”
클로이 김의 금메달은 부모의 나라 한국에서 딴 것이라 더욱 뜻깊기도 했다. 클로이 김의 아버지 김종진씨는 1982년 홀로 미국 이민을 가 정착한 뒤 아내 윤보란씨를 만나 결혼했다. 이날 클로이 김의 부모와 한국에 사는 할머니, 이모 등이 경기장을 찾았다. 클로이 김은 “아버지는 딸이 스노보드에 관심이 있다고 하자 자신의 일을 그만두고 나를 따라다녔다”며 “오늘 경기는 가족을 위해 했다”고 했다.
금메달을 딴 순간 ‘아빠, 엄마’가 가장 먼저 생각났다며, 한국에 사는 할머니와의 쇼핑, 미국 집에서의 홈파티를 꿈꾸고 있었다. 웃음과 발랄함, 가족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은 10대 소녀. 새로운 여왕 클로이 김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면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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