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강원 평창군 휘닉스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모굴 예선 경기에서 김지헌이 슬로프를 내려오고 있다.  평창 | 연합뉴스

지난 12일 강원 평창군 휘닉스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모굴 예선 경기에서 김지헌이 슬로프를 내려오고 있다. 평창 | 연합뉴스


“스키를 타면서 최선을 다했다고는 자부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즐겨본 적은 없던 것 같아요.”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모굴 국가대표 김지헌(23·GKL)은 말 그대로 올림픽을 즐기고 있었다. 지난 12일 강원 평창군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모굴 2차 예선. 결승선을 통과한 김지헌은 몰려드는 사람들의 사진 촬영 요청에 흔쾌히 응하면서 가족, 동료 선수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김지헌의 예선 성적은 69.85점. 2차 예선에 참가한 20명 중 17위로, 결선 무대에는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올림픽 티켓을 우여곡절 끝에 얻은 기쁨이 더 컸기 때문이다.

개막을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도 김지헌은 올림픽 출전 선수가 아니었다. 올림픽을 앞두고 치른 2017~2018 국제스키연맹(FIS) 프리스타일 스키 월드컵 대회에서 막판 부진했던 탓이다. 그러나 같은 종목에 참가하기로 한 스위스 선수가 부상을 당해 올림픽행이 좌절됐고,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김지헌이 지난 6일 그 자리를 차지했다.

김지헌은 지난 9일 열린 1차 예선 때도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웃음 띈 표정으로 경기를 마쳤다. 1차 예선 성적이 24위였던 김지헌은 “원래 나가기로 돼 있던 올림픽이었다면, 지금 성적이 불만족스러웠을 것”이라면서도 “어렵게 올림픽에 나서게 된 자체가 기쁘기만 하다”고 했다.

국내에서 열린 올림픽에 참가하게 돼 부모님께 처음으로 큰 대회에서 스키 타는 모습을 보인 것도 만족스럽다. 2차 예선 현장에서 아버지와 재회한 김지헌은 “그간 대회가 모두 해외에서 열려 부모님이 보지 못하셨다”며 “아들이 대회 뛰는 걸 보고싶다고 하셨는데, 이루게 돼 행복하다”고 했다.

깜짝 출전해 올림픽 무대를 밟기까지 꿈같은 일주일을 보낸 김지헌은 곧 베트남으로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따뜻한 나라에서 잠시 아무 생각없이 지내고 싶어요.”

하지만 더 좋은 스키 선수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김지헌은 “아직 자신감 있게 속도를 내지 못하고, 그래서 실수가 많다”며 “보완하면 앞으로 월드컵 대회에서도 메달을 노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마침 현장을 찾은 그의 아버지도 말했다. “수고했다. 이제 메달따러 가야지.”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