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2일][평창 올림픽]모굴 최재우, 2차 예선 1위에 ‘와’…2차 결선 실격에 ‘악’

ㆍ최종 3차 결선 한 고비 앞두고…소치 올림픽 판박이
ㆍ“마음 급해 실수…4년 준비했는데 빨리 끝내 아쉬워”

최재우가 12일 밤 강원 평창군 휘닉스경기장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모굴 2차 결선에서 점프 후 몸의 중심이 흔들리고 있다. 결국 착지 과정에서 실수를 범한 최재우는 실격으로 메달 꿈을 접었다. 연합뉴스

술 끊고, 차 팔고, 친구도 만나지 않았다. 모든 걸 버리고 올림픽 메달 하나만을 위해 달려왔던 나날들. 그게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점프대를 날아올랐던 최재우(24·한국체대)의 얼굴이 슬로프에 박혔다. 응원하던 사람들의 안타까운 탄식이 밤하늘에 울려퍼졌다. 그리고 모든 게 끝났다. 한 고비만 더 넘어도 최종 3차 결선 진출이 눈앞이었는데….

한국 모굴 간판스타 최재우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 결선 진출에 성공했지만, 결선 경기 도중 실격해 올림픽 메달 꿈을 이루지 못했다.

최재우는 12일 강원 평창군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열린 평창 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모굴 2차 결선에서 점프 후 착지하다 넘어져 실격됐다.

최재우는 앞서 열린 2차 예선 경기에서는 1위를 차지해 메달 꿈을 한껏 키웠다. 올림픽을 앞두고 오랫동안 준비했던 공중 3회전 기술 ‘콕 1080’과 몸을 비틀며 공중 2회전 하는 동안 오른쪽 스키 끝을 손으로 잡는 전매특허 ‘재우그랩’을 실수 없이 선보였다. 점수는 81.23점. 지난 9일 1차 예선에서 두번째 점프 후 착지 도중 실수를 저질렀던 부진을 완벽히 씻어냈다.

이어 벌어진 1차 결선에서는 78.26점으로 10위에 올랐다. 2차 결선에서도 다시 두 번째 점프 후 넘어져 경기를 끝냈다. 이번에는 점프 전 자세가 불안했고, 몸이 큰 대(大)자를 그리며 그대로 눈밭에 떨어졌다. 최재우는 결국 결승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눈썹에 묻은 눈을 채 털어내지 못한 채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소치 때의 판박이였다.

최재우는 “제일 중요한 미들 섹션에서 잘 내려오다가 마지막에 뭔가가 급했던 거 같다”면서 “제 마음도 급했기 때문에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최재우는 “4년을 열심히 준비했는데 한 번의 런에서 실수해 오늘 하루를 빨리 끝내게 돼 정말 아쉽다”고 말했다.

앞 경기를 고득점으로 마친 터라 최재우의 3차 결선 진출 실패는 더욱 아쉬웠다. 최재우가 2차 예선이나 1차 결선에서 받았던 점수를 2차 결선에서도 똑같이 받았다면, 6위 안에 들어 3차 결선에서 메달 및 한국 동계올림픽 설상 종목 사상 최고 성적을 바라볼 수 있었다.

최재우는 열 살 때부터 프리스타일 스키에 입문해 2007년부터 캐나다에서 4년간 ‘모굴 유학’을 한 신동이었다. 2013년 모굴 세계선수권 5위를 기록하고 소치 대회에서 올림픽 국가대표 꿈도 이뤄 승승장구했다. 부상으로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평창 올림픽을 앞둔 2017~2018시즌 국제스키연맹(FIS) 프리스타일 스키 월드컵 모굴 랭킹 4위를 기록하며 올림픽 메달 기대를 끌어올렸다.

올림픽 1차 예선의 부진으로 스러지는 듯했던 메달 꿈을 고득점으로 만회하며 다시 꿈을 키웠다. 최재우는 그 꿈을 끝까지 갖고 가지 못했다. 뼈아픈 실수와 함께 그의 안방에서의 올림픽도 끝이 났다. 한동안 슬로프를 떠나지 못한 그의 모습이 그의 절망의 크기를 말해주고 있었다.

평창 |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