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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의 마지막 날이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흘째인 31일 시민들은 합동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를 애도했다.
서울 중구 서울시청 정문 앞에 이날 오전 8시부터 합동분향소가 차려져 분향이 시작됐다. 분향소 단상은 국화로 장식됐지만 사진이나 이름 등 희생자 신원을 알 만한 물품은 아직 배치되지 않았다. 시민들은 분향소 제단 앞에 국화 한 송이씩 헌화하고 묵념했다. 분향을 마친 뒤에도 분향소 쪽을 지켜보며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시민도 있었다. 점심시간 무렵엔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도서관까지 시민들이 선 줄이 50m가량 이어졌다.
윤신애씨(38)는 “사고 장면이 잊히지 않아 잠을 못 잘 정도여서 오늘 하루 휴가를 내고 왔다”며 “가장 어린 사망자가 2021년생이라고 들었는데, 같은 나이의 쌍둥이를 키우고 있어 더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70대 A씨는 “걸어다니는 것도 감사하다는 생각, 유가족에게 위로가 될 수 있겠다는 마음에 분향했다”고 했다. 강원 춘천시에서 온 곽모씨(55)는 “오전 여의도 국회 분향소에 이어 시청 앞 분향소도 들렀다. 이태원 참사 때 생각이 난다”며 “사고가 난 무안만큼은 분향소에 희생자 이름과 영정이 놓이면 좋겠다”고 했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바로 분향소를 찾았다는 B씨(51)는 “아픔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힘들 텐데 유족에게 힘내라는 말밖에…”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준석군(17)은 “저도 곧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데, 수능 끝나고 여행을 간 분도 사망자 중에 계셨다고 들어서 마음이 쓰였다”며 “아직 할 일도, 꿈도 많았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아이와 함께 온 가족 단위 추모객도 많았다. 여섯살 아이를 데리고 방문한 김태우씨(39)는 “모든 시민이 슬픈 마음이고, 기도를 드리면 작은 위로가 될까 싶어 휴가 중에 찾았다”며 “사회에서 일어나는 이런 사건 사고에 관해 아이들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를 데리고 온 C씨(46)는 “우리 가족도 겨울방학에 여행 계획이 있어 남 일 같지 않았다”며 “아이에게 사고 난 분들의 마음이 슬프고 힘드실 테니 기도하러 왔다고 설명하는 중이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여러 번의 참사에서 반복되는 정부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했다. 전모씨(24)는 “근 10년간 대형참사가 많았는데 현장을 함께 하지 못해 늘 마음에 쓰였다”며 “이번에도 정부가 유족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참사 수습에서 여전히 문제가 있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채원씨(19)는 “세월호 참사나 이태원 참사처럼 많은 사람이 한 번에 돌아가시는 일이 자주 있어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며 “이번에는 정부가 정한 애도기간에만 추모하면 되는 것처럼 보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에도 추모 물결이 계속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남겨두고 간 분들이 억울하지 않게 국민들이 잘 지켜보겠다” “공포와 두려움은 잊고 행복한 기억만 가지고 평온하게 잠들길 바란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추모 분위기로 신년맞이 행사 등은 대폭 축소되거나 취소됐다. 이날 예정됐던 서울시의 ‘제야의 종’ 타종 행사는 공연과 퍼포먼스 등을 취소하고 타종식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광화문에서 열리는 새해 카운트다운 행사는 조명 쇼를 취소했다. ‘서울라이트 DDP’ 새해맞이 행사는 취소됐고 카운트다운 영상은 음량을 대폭 낮춰 상영된다.
서울시는 분향소를 다음달 4일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정부는 지난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전남 무안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고, 오는 4일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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