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양현종이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후 포효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KIA 타이거즈 양현종이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후 포효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KIA 양현종이 2018시즌 연봉을 23억원 받기로 하고 28일 계약서에 사인했다. 아직 모든 선수들이 다음 시즌 연봉 계약을 마친 것은 아니지만, 지난 시즌·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인 양현종의 연봉은 사실상 국내 투수 최고 연봉이다. 그러면서도 타자 최고액인 이대호의 연봉(25억원)까지는 넘지 못했다. 과거에도 같은 경향이었을까. 최근 10시즌 동안의 KBO리그 국내 선수 투·타 최고 연봉을 알아봤다. 

2008시즌 최고 연봉자는 당시 삼성에서 뛰던 심정수(7억5000만원)이었다. 삼성 양준혁, 두산 김동주도 7억원을 받았다. 투수 최고 연봉은 5억원에 계약한 KIA 서재응과 LG 박명환이었다. 서재응은 미국 생활을 청산한 뒤 국내에 복귀한 첫 시즌이었다. 박명환과 김동주는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고액 연봉을 받았다. 

2009시즌에는 투수와 타자의 연봉이 같아졌다. 김동주·양준혁이 전년과 같은 연봉을 받게된데 이어, 2005시즌 MVP 수상 이후 꾸준히 에이스로 활약해온 롯데 투수 손민한이 7억원 연봉자 대열에 합류했다. 이후 김동주와 손민한은 2010~2011시즌에도 투·타 최고연봉자 자리를 지킨다. 다만 손민한이 부상으로 시즌을 수술과 재활로 보내면서 빛이 바랬다. 이대호가 타격 8관왕을 달성했는데도 최고 연봉을 받지 못해 논란이 됐던 때도 이 때다.

한화 이글스 김태균이 지난 7월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6회초 힘찬 타격을 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한화 이글스 김태균이 지난 7월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6회초 힘찬 타격을 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2012시즌 연봉계약의 판도가 크게 달라진다. 일본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뛰다 돌아온 김태균이 15억원을 연봉으로 받게되면서다. 같은 시즌 연봉 2위인 삼성 이승엽도 전 시즌 최고연봉보다 1억원이 넘는 8억원을 받았는데, 김태균이 거의 두 배를 받은 것이다. 그 해 투수 최고 연봉은 두산 김선우로 5억5000만원. 투·타 최고연봉자의 격차는 약 10억원에 달했다. 이후 2014시즌까지 투수 최고연봉은 김태균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게 된다.

연봉 외에 김태균이 받는 계약금은 공식적으로 없었다. 그래서 김태균의 연봉 계약 규모가 고액 계약금이 포함된 다른 FA들의 계약과 비교해보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김태균의 연봉이 연봉 시장의 인플레이션을 일으켰다는 점도 부정하기 어렵다. 같은 국내 복귀 선수인 2015시즌 윤석민의 FA계약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에서 복귀한 윤석민은 2015시즌부터 12억5000만원의 연봉을 받아 투수 최고 연봉 10억원 시대를 열었다. 윤석민은 김태균과 달리 계약금까지 받아 계약규모가 4년 총 90억원에 달했다. 

그리고 이대호가 지난 시즌 미국에서 롯데로 복귀하면서 한 번 더 기록을 세운다. 직전 시즌 김태균이 세운 타자 최고 연봉기록(16억원)보다 9억원이 많은 25억원을 연봉으로 받았다. KIA 에이스 양현종이 FA 다년 계약을 포기하고 투수 최고 연봉 기록을 15억원으로 경신했지만 이대호의 기록에는 크게 못미쳤다. 양현종은 전 시즌보다 53% 늘어난 연봉을 다음 시즌 받게 됐는데도 여전히 이대호의 연봉 기록까지는 넘지 못했다.

추이를 살펴보면 거물 FA들과 해외 복귀 선수들이 연봉 규모를 올려놓았다. 해외리그에서 받았던, 혹은 제시한 금액 수준을 넘어서야 선수들이 국내 복귀를 결심하기 때문이다. 물론 해외에서 뛴 선수들이 국내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리란 기대치도 반영돼있다. 해외 경험이 없던 FA 선수들도 비슷한 금액을 원하게 됐고, 연봉 계약 규모도 함께 커졌다.

타자들의 연봉이 높은 것은, 2000년대 후반부터 상대적으로 타자들의 해외 진출이 많았던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현재도 피츠버그 소속인 강정호를 비롯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를 기점으로 김태균, 이범호, 박병호, 김현수, 황재균이 국내 리그에서 뛰다 미국 무대를 밟았다. 그리고 대부분 국내로 돌아와 거액의 계약금과 연봉을 받게 됐다. 반면 류현진, 오승환 등 같은 시기 해외에 진출한 투수들은 비교적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들이 미국에서 받거나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연봉 규모는 국내 구단들의 자금 여력에 비해 큰 만큼, 당장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는 이상 투수 연봉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워 보인다.

KBO리그 투-타 최고연봉, 누가누가 많이 받았나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