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1차 공판준비기일서 직권남용 등 혐의 부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김종 측 “GKL에 영재센터 후원 요청, 대통령 지시라 거부 못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55·왼쪽 사진) 측이 삼성그룹이 최순실씨(60·오른쪽)와 조카 장시호씨(37)가 설립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여원을 지원하는 과정에 박근혜 대통령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 영재센터를 후원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이어서 거부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의 변호인인 조성환 변호사는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김 전 차관은 삼성이 영재센터에 돈을 지원한 과정에 개입한 바가 없다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부인하며 이같이 밝혔다.

조 변호사는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증거 내용을 보면) 영재센터 직원이 지난해 7월23일 최씨와 장씨의 지시로 사업소개서를 작성해 건네준 사실이 있다고 돼 있다”며 “최씨가 직원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완성을 해야 된다고 했던 것으로 보아 최씨는 사업소개서가 이날 매우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은 박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들과 24~25일 이틀에 걸쳐 독대를 하기 바로 전날이다.

조 변호사는 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7월25일 메모에 ‘1번 빙상협회, 제일기획 김재열, 메달리스트 지원’이라고 쓰여 있다”며 “검찰 수사 기록을 보면 대통령이 김재열, 메달리스트 지원이라는 걸 언급한 게 맞느냐는 질문에 안 전 수석은 그렇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최씨가 급하게 영재센터 사업소개서를 만들어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박 대통령이 직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지원을 이야기한 것 아니겠느냐는 의미다.

GKL에 영재센터를 후원하라고 강요한 혐의에 대해서도 김 전 차관 측은 “대통령의 지시 때문”이었다고 항변했다. 조 변호사는 “이기우 GKL 사장에게 후원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는 말을 한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대통령의 지시사항이었기 때문에 피고인(김 전 차관)이 거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과 함께 삼성그룹과 GKL이 영재센터에 돈을 지원하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의 공범으로 기소된 최씨 측은 “김 전 차관, 장시호씨와 공모한 적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최씨 측 권영광 변호사는 “영재센터 설립의 최초 제안자는 쇼트트랙 선수 김동성이었고, 장시호는 후원자”라며 “최씨는 일부 도와준 적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최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가 검찰이 강압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검찰 측이 강하게 반박 입장을 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측 손영배 부장검사는 “최씨가 기소된 직후인 11월21일부터 12월6일까지 변호사 입회하에 최씨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며 “그동안 최씨는 총 13차례에 걸쳐 출석 요구에 불응했고 이 변호사 등이 24번에 걸쳐서 접견을 하는 등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했다”고 밝혔다.

이혜리·윤승민 기자 lhr@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