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박 전 회장과 가까운 법조 인사,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증언
ㆍ“기획수사 의혹 일자 압박…유엔 총장 공격, 부담 느껴 종료” 주장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71)이 2009년 검찰 수사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72)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으나 검찰이 이를 덮으며 외부에 발설하지 말라고 압박했다는 박 전 회장과 가까운 법조계 인사의 증언이 나왔다.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취임 전후인 2005년과 2007년 박 전 회장으로부터 수십만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전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법조계 인사 ㄱ씨는 28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회장이 2009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수사를 받을 때 측근들에게 ‘반기문까지 덮어버리고 나에게만 압박수사를 한다’는 취지로 얘기했다”며 “박 전 회장이 이 사실을 공개하려 했지만 ‘기획수사’ 의혹 언론보도가 나면서 검찰이 외부에 흘리지 말라고 압박해 알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검 중수부의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는 이명박 정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해 한 수사라는 의혹을 받았다. 박 전 회장 회사인 태광실업의 법인세 납부 규모가 크지 않은데도 서울지방국세청이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벌였고 이를 계기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ㄱ씨는 “어떤 형태였는지는 모르겠으나 당시 검찰이 반기문 총장 관련 수사는 덮었다고 들었다”며 “노 전 대통령을 공격하는 수사에서 검찰이 반 총장까지 공격하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취임해 3년차를 맞이하는 반 총장이 뇌물수수 논란에 얽히면 국가적 차원의 불명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기로 결론을 냈다는 게 ㄱ씨의 주장이다.
박 전 회장은 검찰의 이런 수사 태도에 화를 내면서 이 사실을 주변 지인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ㄱ씨는 “2009년 4월 초 검찰의 기획수사 의혹이 제기되고 수사 내용이 수차례 보도되자 당시 대검 중수부 측에서 박 전 회장에게 수사 관련 내용을 말하지 말라고 압박했다”고 했다. ㄱ씨는 박 전 회장 수감생활 초기에는 수차례 만났지만 검찰의 압박이 있은 후에는 박 전 회장에 대한 발길을 끊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박 전 회장 측이 관련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데 대해 ㄱ씨는 “박 전 회장 자신도 뇌물공여죄가 적용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며 “2009년 수사에 대한 트라우마(후유증)도 있다”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은 최근 건강이 좋지 않아 모처에서 칩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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