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강, 1996년 관세청장 때 해외 어획물 면세시켜주며 밀착
ㆍ민간연구소 사무실 제공 받고 장관 때 ‘한성’ 물품 구입
ㆍ임, 대우조선 고재호 대표 인사 개입…해외여행비 제공

[단독]강만수·임우근 ‘청탁 상부상조’…20년간 부적절한 유착관계

뇌물수수·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71·사진 왼쪽)의 혐의에는 고교 동창인 임우근 한성기업 회장(68·불구속기소·오른쪽)과의 오래된 부적절한 관계가 얽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조사 결과 ‘50년 지기’인 두 사람은 20여년 전부터 각종 청탁을 매개로 상부상조하며 유착관계를 형성해 왔다.

25일 강 전 행장에 대한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강 전 행장은 1996년 관세청장 재직 당시 수산업에 종사하는 임 회장에게서 국내 선박의 해외 조업 어획물을 관세 면제대상에 포함시켜달라는 공무와 관련된 부탁을 받았다. 한성기업은 어묵이나 맛살을 판매하는 수산물 가공업체여서 관세 부과는 기업 이익과 직결된 문제다. 당시 민원이 순조롭게 해결되며 두 사람은 급속히 가까워졌다. 임 회장은 2000년 4월부터 최근까지 강 전 행장이 민간에 설립한 디지털경제연구소에 무상으로 사무실을 제공해 왔다. 17대 대선이 있던 2007년 1월부터 2008년 2월까지는 강 전 행장의 운전기사 급여를 대신 내주기도 했다.

강 전 행장은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초대 경제사령탑(기획재정부 장관)에 올랐고, 이후 임 회장에게 진 빚을 갚아 나갔다. 강 전 행장은 기재부 장관으로 재직한 1년간 한성기업 제품을 4060만원어치 구매했다. 2009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이 된 뒤에도 2410만원 상당의 물건을 사줬다. 2011년 3월 산업은행장 때도 마찬가지다. 산업은행과 그 계열사인 대우증권은 한성기업에서 명절 선물세트를 구매했다. 2013년 4월까지 산업은행은 2억966만원, 대우증권은 3억8540만원 규모의 선물세트를 설과 추석에 사들였다.

임 회장은 강 전 행장이 지목한 투자처에 호주머니를 열었다. 임 회장은 2011년 9월 바이올시스템즈에 회삿돈 5억원을, 같은 해 12월 ES에너지에 회삿돈 10억원을 투자했는데, 두 회사는 모두 강 전 행장의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다. 임 회장은 강 전 행장 시절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 회장 인사에 개입하기도 했다. 임 회장이 적임자로 추천한 고재호씨가 2012년 3월 대우조선 신임 대표에 취임했다. 대우조선은 2013~2014년 임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사단법인 호국문화진흥위원회에 6000만원을 후원했다. 한성기업은 대우조선을 상대로 2012년 4843만원, 2013년 4080만원, 2014년 5836만원 상당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2011년(533만원)에 비해 10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강 전 행장이 다시 야인이 되자 2013년 4월 임 회장은 법인카드를 내밀었다. 2013년 5월8일부터 6월6일까지 강 전 행장은 미국과 아르헨티나로 여행을 떠났는데 이때 든 항공료와 숙박비 1941만원도 임 회장이 대신 지불했다. 강 전 행장은 임 회장이 소유한 캐슬파인 골프장에서 여러 차례 라운딩을 갖기도 했다.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강 전 행장이 받은 금품 대부분에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해 뇌물수수·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했다.

구교형·윤승민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