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배임 가능성 통보에도 침묵
각종 비리 혐의가 드러나고 있는 부산 해운대 ‘엘시티’ 시행사에 돈을 빌려줬다가 2000억원가량을 손해 본 군인공제회가 관련 업무 담당 직원들의 배임 가능성이 있다는 법무법인의 검토 결과를 통보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군인공제회는 “적절한 사업 출구전략을 찾던 와중에 외부에서 배임 등 법적 책임을 물을 것에 대비해 법무법인에 검토를 의뢰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회사에 수천억원대 손해를 끼친 직원들에 대해 징계나 형사고발을 하지 않은 배경에 의문이 제기된다.
14일 경향신문이 확보한 군인공제회에 대한 법무법인의 법리검토 보고서를 보면 군인공제회는 엘시티 시행사인 엘시티PFV에 2008년 5월부터 2012년 말까지 3346억원을 빌려줬지만 2014년 6월 말 기준으로 원금과 이자 총 5459억원을 상환받지 못했다.
군인공제회가 그해 7월 엘시티PFV에 2500억원을 먼저 상환하라고 요구하자 엘시티PFV는 중국 건축 도급사의 요청사항이라며 “갚아야 할 원리금을 3500억원으로 줄여달라”고 답했다.
이에 군인공제회는 내부의 전·현직 엘시티 업무 담당자 감사에 들어갔다. 군인공제회는 감사를 통해 사업을 담당했던 전직 이사 김모씨 등이 2007년 엘시티PFV에 대여금 3200억원의 사용 근거를 파악하지 못한 채 자금 융통을 결정했으며, 시행사가 실제 토지 매입에 165억원을 썼는데도 토지 매입 명목으로 300억원을 선금으로 빌려준 사실 등을 파악했다.
군인공제회는 이에 담당자들에 대해 민형사상 조치가 가능한지 여부를 모 법무법인에 의뢰했고, 일부 혐의에 대해 “고의를 입증할 수 있다면 민형사 소송이 가능하다”는 검토 의견을 받았다. 그러나 해당 직원들에 대한 군인공제회의 법적 조치나 내부 징계는 없었다. 특히 검찰이 최근 구속 기소한 엘시티PFV의 실소유자인 이영복 회장(66)의 혐의를 보면 2009~2010년 허위 용역 발주를 통해 군인공제회 대출금 253억원을 편취한 것도 포함돼 있다.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당시 감사와 법무법인의 검토는 엘시티 사업에서 손을 떼기 위해 원금만 돌려받기로 결정하면서 법적 문제가 있는지를 검토한 것”이라며 “원금에 약 215억원의 이자라도 받는 것이 손해가 적었다고 판단했고, 그에 따라 적법한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천억원의 공공자금을 손해 보게 한 직원들에게 회사 내부에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인공제회는 현역 부사관 이상의 군인들이 내는 부담금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복지사업을 하는 공공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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