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석을 보는 것 같았다.”
남자배구 현대캐피탈 베테랑 문성민은 24일 안산 OK저축은행전에서의 센터 박준혁을 한 마디로 이렇게 표현했다. 현대캐피탈의 센터 신영석·최민호가 2020 도쿄 올림픽 남자배구 아시아 예선 출전차 대표팀에 차출된 상황. 박준혁은 두 센터가 빠진 상황에 선발출전했고, 자신에 대한 물음표를 경기 후 느낌표 여러개로 바꿔놨다. 홀로 블로킹을 6개나 잡아내며 상대 공격을 차단했고, 현대캐피탈의 3-0 완승을 견인했다.
올 시즌 한 경기에 블로킹을 6번 이상 기록한 선수는 팀 선배 신영석과 최민호, 그리고 KB손해보험의 김홍정(2회) 등 세 명 뿐이었다. 프로 통산 세 시즌 동안 6경기에 출전해 겨우 8점을 냈던 박준혁은 이날 하루에만 7점을 냈다. 2m5의 큰 키, 여자농구 대표 박지수의 친오빠라는 것 이상의 존재감을 뽐내지 못했던 박준혁이 이날만큼은 승리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경기 후 박준혁은 “형들 빈 자리를 덜 느낄 수 있게끔 하려고 했다. 코치님들과 블로킹 분석을 했는데 잘 됐다”며 “경기 초반부터 블로킹이 몇개 잡히니 손맛이 좋았다”고 말했다. 최태웅 감독은 “근육량도 늘려야 하고, 그래야 스피드도 중심이동도 좋아질 것”이라면서도 “지난 2~3년 동안 비시즌마다 차곡차곡 기본기를 쌓아온 덕에 좋은 경기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센터 둘 사이에서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박준혁은 선배들 덕분에 이날 활약이 가능했다고 했다. 박준혁은 “(신)영석이 형이 우리 팀 센터들의 개인별 블로킹 자세나 상대의 공격 코스를 잘 알려주신다”며 “형들이 빠지는 경기를 대비하는 과정에서, 영석이 형이 야간이나 새벽 가리지 않고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말했다. 여기에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잡아야한다는 절박함까지 맞물려, 올 시즌 컵대회까지만 하더라도 ‘미완의 대기’에 속했던 박준혁의 깜짝 활약은 가능했다.
현대캐피탈이 대표팀 선수 없이 치르는 경기는 내년 1월3일 OK저축은행과의 천안 경기 하나뿐이다. 올림픽 예선이 끝나면 현대캐피탈의 센터 라인은 다시 신영석-최민호로 채워질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박준혁은 “형들이 아프거나 힘들 때 자리를 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라며 이날 경기로 한껏 커진 자신감과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태웅 감독은 “오늘 경기 활약으로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오늘 경기는 대표팀에 차출된 선수들도 봤을 것”이라며 백업 선수의 활약이 팀 전체에 미칠 영향을 기대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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