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립부여박물관이 언론에 공개한 백제대향로관 내 백제금동대향로실에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 ‘백제 금동대향로’가 전시돼 있다. 부여 ❘ 연합뉴스

 

물을 헤치며 솟구치는 용이 받치는 연꽃 모양의 몸체, 꼭대기의 봉황을 떠받치는 산등성이 모양의 뚜껑…, 백제의 물과, 땅, 하늘을 형상화한 이것은 사람 19명, 현실·상상의 동물 67마리를 표현한 도상을 품고 있다. 백제의 전통 신앙이 드러나고 아름다움이 집약된 유물이자,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인 ‘백제 금동대향로’의 모습이다.

국립부여박물관에 금동대향로만을 전시하는 전용 전시관인 ‘백제대향로관’이 23일 문을 연다. 금동대향로는 백제의 마지막 수도 사비성이 있던 충남 부여군에 위치한 국립부여박물관의 주요 소장·전시품이다. 1993년 발굴된 이래 박물관에 상설 전시되며 아름다움을 뽐내면서도, ‘부여에 있는 것은 모조품이고, 진품은 서울에 있는 게 아니냐’는 오해도 받았다.

백제대향로관은 백제와 박물관을 대표하는 금동대향로 1점만을 조명하고자 5년간의 준비를 거쳐 신축한 연면적 약 2800㎡(848평)의 3층 건물이다. 국립박물관에서 유물 1점만을 위한 전시실이 마련된 적은 있었으나, 별도의 전용 전시관을 새로 지어 연 것은 처음이다.

22일 국립부여박물관이 언론에 공개한 백제대향로관 내 백제금동대향로실에 전시된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 ‘백제 금동대향로’를 취재진과 관계자들이 보고 있다. 부여 ❘ 윤승민 기자

 

박물관 본관과 연결된 내부 통로를 지나 백제대향로관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층에 오르면 ‘백제금동대향로실’에 닿는다. 백제대향로관 개관을 하루 앞둔 22일 언론에 공개된 전시실은 어두운 조명 한가운데 금동대향로가 배치된 약 254㎡(77평) 공간이었다. 유리 찬장 속의 높이 62.3㎝, 몸체 지름이 약 19㎝인 금동대향로는 찬장의 위아래, 전시장 4m 높이 천장에 설치된 조명을 받아 금동대향로에 새겨진 작은 조각들이 도드라지도록 빛난다.

전시실 안팎의 질감이 독특하다. 유리 찬장 위 사방을 둘러싼 금속판은 표면이 거칠게 제작돼 빛을 은은하게 퍼뜨린다. 전시실 내부의 벽은 흙의 거친 질감을 살린 부분과 평평하게 다듬은 부분을 교차하며 무늬를 냈다. 이런 구성은 전시실 내에 연기가 흐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향로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22일 국립부여박물관이 언론에 공개한 백제대향로관 내 백제금동대향로실에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 ‘백제 금동대향로’가 전시돼 있다. 부여 ❘ 연합뉴스

 

금동대향로 또한 향을 피우던 물건이었다. 새겨진 여러 상징물은 고대 신앙과 도교, 불교 신앙에서 비롯됐다. 화려한 상징들 사이 12개의 구멍이 나 있다. 국립부여박물관은 2019년 금동대향로의 재현품으로 실험하면서 금동대향로가 실제 향을 피우는 도구였음을 검증해냈다. 당시에 피운 향은 운무(雲霧)처럼 산능성이 모양의 뚜껑 주변을 흘렀다고 한다. 전시실 주변 벽과 연결된 의자에 앉아서, 벽을 만지고 금동대향로 안팎을 바라보면 실제 금동대향로가 뿜어냈을 운무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전시실에는 향과 음악도 함께 흐른다. 전통 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팀 박백수가 만든 음악의 이름은 ‘숨’, 향기 작가 한서형이 고대의 향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만든 향기의 이름은 ‘결’이다. 둘을 합하면 ‘숨결’이 된다. 고대 유물을 둘러싸고 조명과 질감이 시각적으로 만든 분위기를 청각·후각적으로도 돋운다.

22일 국립부여박물관이 언론에 공개한 백제대향로관 내 백제금동대향로실에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 ‘백제 금동대향로’가 전시돼 있다. 부여 ❘ 윤승민 기자

 

금동대향로실 밖의 정보 공간 ‘향·음’(香·音)에서는 촉각적인 체험도 할 수 있다. 금동대향로 재현품 2개가 직접 만질 수 있도록 놓였다. 어른이 고개를 숙이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향 기둥’도 2개 설치됐다. 옛 백제의 절 등에서 향로를 피울 때 직접 사용했던 향인 유향과 백단향을 향 기둥 안에 직접 들어가면 맡을 수 있다. 금동대향로에는 백제삼현, 백제금 등 5가지 악기를 불고 있는 악사도 새겨져 있는데, 그들이 연주하는 악기 5개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키오스크도 설치돼 있다.

금동대향로를 가까이서 촬영해 확대한 고화질 영상이 ‘향·음’ 밖 휴게 공간에서 상영된다. 실물을 가까이서 봐도 찾을 수 없는 금동대향로의 세밀한 표현법을 볼 수 있다. 영상에는 금동대향로 재현품에 향을 피웠을 때의 모습도 함께 볼 수 있다. 옆 전망대 ‘향·유’(香·遊)에서는 백제 고도의 모습을 간직한 부여의 경관을 바라볼 수 있다.

부여 |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22일 국립부여박물관이 언론에 공개한 백제대향로관 내 정보 공간 ‘향·음’에 백제 금동대향로 재현품이 전시돼 있다. 부여 ❘ 윤승민 기자

 

22일 국립부여박물관이 언론에 공개한 백제대향로관 내 정보 공간 ‘향·음’의 전경. 국립부여박물관 제공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