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후기인 18~19세기에 왕실에서 그려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국화무늬 단청. 한국 땅을 100년 떠나 있는 동안에도 관월당의 지붕을 받치던 부재(部材)들은 조선에서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서울 종로구 경복궁 내 계조당에서 24일 개막한 전시 ‘돌아온 관월당: 시간을 걷다’는 일제 강점기 때 한국을 떠났다가 올해 6월 일본에서 고국으로 완전히 귀환한 건물 ‘관월당’의 부재를 선보이고 있다.
관월당은 18~19세기 조선 왕실의 사당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이다. 도쿄주식거래소 이사장을 지낸 스기노 기세이가 1920년대 조선식산은행으로부터 건물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관월당은 1924년 일본 도쿄로 옮겨졌고, 스기노가 1930년대 일본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의 사찰 고토쿠인에 이를 옮겨 지었다. 알려진 이름 ‘관월당’ 또한 조선이 아니라 고토쿠인에서 붙인 것이다.
2002년 고토쿠인에 부임한 사토 다카오 주지는 ‘문화유산은 마땅히 그 뿌리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신념으로 관월당을 한국으로 돌려보내기로 했고, 대한불교조계종 등과 반환을 논의했다. 2010년 반환 논의 사실이 일본에 알려지자 반대 여론이 일어 논의가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다 2019년 사토 주지는 국가유산청,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등과 반환 논의를 재개했고, 지난해부터 부재가 해체 및 운송돼 올해 6월 반환 절차가 마무리됐다. 목재 1124점, 기와 3457점, 석재·철물 401점 등 총 부재 4982점은 경기 파주시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국가유산청 등은 향후 연구를 통해 관월당의 원래 이름과 위치를 파악할 계획이다.

전시는 관월당의 반환 및 부재 해체 과정을 영상을 통해 알린다. 부재 일부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선 왕실에서 보이는 형태를 분명하게 띠고 있어, 조선에서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특정할 수 있는 것들이다. 건물 상단에 놓여 지붕의 무게를 나누는 ‘종량’(宗樑)은 단청이 남아 있고 양 끝의 조각은 궁궐 건축에서 볼 수 있는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지붕 장식을 받치는 나무 부재인 ‘초엽’(草葉)은 크기가 작지만 덕수궁이나 창덕궁 등 궁궐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섬세하게 조각돼 있다.
‘ㅅ’자 지붕이 맞물리는 지점을 아래에서 받치는 부재 중 하나인 ‘대공’(臺工)은 덩굴나무와 연꽃이 화려하게 새겨져 있다. 지붕 끝을 마감하는 기와 부재인 암막새에는 용과 거미, 귀면(귀신의 얼굴), 박쥐 등 다양한 무늬가 새겨져 있다. 역시 궁궐이나 왕실의 침전, 사당 등에서 쓰이는 것들이다.
전시 개막 하루 전인 지난 23일 열린 개막식에서는 관월당 국내 반환을 결정한 사토 주지가 참석해 허민 국가유산청장으로부터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그는 “관월당이 한·일 양국 우호의 상징이 되길 바란다”며 “이 (환수) 프로젝트에 많은 분들이 함께하셨다는 것이 제 평생 자랑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 공간인 계조당은 조선 왕세자가 정무를 보던 공간이었으나 일제에 훼손된 뒤 최근 다시 복원된 역사를 지녔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경복궁 관람객은 다음달 26일까지 계조당에 들르면 전시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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