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광주박물관 도자문화관 내 신안해저 도자 전시실 전경. 국립광주박물관 제공

 

도자기는 흙으로 빚지만, 어떤 오랜 도자기들은 물에서부터 새 생명을 얻었다. 1975년 전남 신안 앞바다 아래에서 14세기의 난파선 ‘신안선’이 발견되고, 인양 과정을 통해 도자기 2만5000여점이 세상의 빛을 봤다.

신안선 발견 50주년이 저물기 전, 국립박물관 최초의 도자기 전문 전시관이 18일 문을 연다. 신안의 해저문화유산 발굴을 계기로 설립된 국립광주박물관에서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하던 신안 해저 발굴 도자기가 대거 광주로 옮겨 와 이 중 6500여점이 전시된다. 한국 도자기 1000년사를 확인할 수 있는 도자기 전시도 상시 열린다.

국립광주박물관 도자문화관 내 신안해저 도자 전시실 전경. 신안선에 실렸던 도자기가 일본으로 들어왔을 때의 쓰임새를 상상해 배치한 것이다. 광주 ❘ 윤승민 기자

 

국립광주박물관은 도자문화관 개관을 하루 앞둔 17일 개관식을 열고 도자문화관 내 상설전시를 공개했다. 광주박물관은 2018년부터 도자문화관 건립을 추진해 한국 도자 전시실, 신안해저 도자 전시실, 디지털 아트존, 도자 전용 수장고 등을 갖춘 연면적 7137㎡ 규모의 전시 공간을 완공했다.

도자문화관에 도자 전용 수장고가 생기면서 광주박물관은 총 9만1000여점의 도자기를 소장하게 됐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했던 것을 포함한 신안 앞바다 발굴 도자기가 2만5000여점, 완도 해역에서 출수된 도자기 3만여점, 무등산 자락 광주 충효동 일대에서 발견된 분청사기 1만2000여점 등이 있다.

이 중 신안에서 출수된 도자기 중 6500여점이 추려져 신안해저 도자 전시실에 자리했다. 광주박물관은 기존 본관에 아시아도자문화실을 운영하며 한·중·일 도자기 약 1000여점을 동시에 선보여왔는데 규모가 훨씬 커졌다. 형태가 비슷한 다수의 도자기끼리 진열장을 채운 모습이 인상적이다. 청자가 눈에 띄지만 백자, 흑유자 등 다양한 색의 도자기들이 있다.

국립광주박물관 도자문화관 내 신안해저 도자 전시실 전경. 국립광주박물관 제공

 

신안선은 발굴 과정에서 나온 여러 목패(나무 화물표)를 통해, 1323년 중국 경원(현 닝보)을 출발해 일본의 하카타(후쿠오카)와 교토의 사찰로 도자기 등을 실어나르던 무역선이었음이 확인돼 있다. 전시실에도 물품의 발송 시기와 발송처 등이 적힌 목패 일부가 나와 있다. 도자기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만들어져 일본에서 쓰일 것들이었다.

신안선이 침몰했던 14세기 전후 동아시아 상류층 사이에서 도자기는 차를 마시고, 꽃을 꽂고, 향을 피우는 데 주로 사용됐다. 전시실은 신안선이 침몰하지 않았다면 도자기가 일본에서 어떻게 쓰였을지를 알 수 있게끔 배치해 보는 이의 이해를 돕는다. 신안선에서 함께 발굴된 고려청자 7점도 한 번에 볼 수 있다. 이 고려청자들은 14세기보다는 일찍 만들어진 것으로 당대에도 골동품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한·중·일 간의 무역 양상을 추정해볼 수 있어 의미있는 자료다.

14세기 신안선에서 실렸다가 출수된 고려 청자 7점. 광주 ❘ 윤승민 기자

 

함께 문을 연 한국 도자 전시실에서도 500여점의 도자기를 보며 청자에서 분청사기, 백자로 변화해 온 한국의 도자 역사를 볼 수 있다. 전남 강진군 용운리의 10-1호 가마를 그대로 본뜬 공간에서는 1300도의 고온에서 도자기가 구워지는 과정을 영상으로 나타냈다.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인 12~13세기 ‘청자 상감 모란 국화무늬 참외모양 병’, 거북이의 얼굴을 한 용을 표현한 12세기 보물 ‘청자 귀룡모양 주자’ 등이 전시돼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까치와 호랑이가 푸른 유약으로 함께 그려진 ‘백자 청화 까치 호랑이무늬 항아리’(18~19세기)도 눈에 띈다.

국립광주박물관 도자문화관 내 한국 도자 전시실 전경. 국립광주박물관 제공

 

도자문화관에는 총 길이가 60m에 이르는 몰입형 미디어 전시실인 디지털 아트존도 설치돼 있다. 개관 기념으로 광주·전남의 대표 자연경관과 도자기의 탄생 과정을 재해석한 영상 ‘흙의 기억, 빛으로 피어나다’가 상영된다. 모든 벽면과 바닥을 스크린으로 삼는 영상이 입체적으로 구현된다.

광주박물관은 도자문화관 개관에 맞춰 본관에서 특별전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도 내년 3월15일까지 함께 연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던 같은 이름의 전시가 광주에서 순회전으로 열리는 것이다. ‘청자 사자모양 향로’ 등 국보 3점과 보물 4점을 포함한 상형청자 114건 131점을 볼 수 있다.

광주 |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국립광주박물관 도자문화관 내 디지털 아트존에 상영 중인 영상 ‘흙의 기억, 빛으로 피어나다’. 광주 ❘ 윤승민 기자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