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대표적인 ‘부자 구단’ 뉴욕 양키스와 LA 다저스가 최근 잇달아 비슷한 트레이드를 했다. 양키스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주전 내야수 체이스 헤들리와 우완 투수 브라이언 미첼을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 내주고 백업 우타 외야수 자바리 블래시를 데려온다고 밝혔다. 불과 나흘 뒤인 지난 16일에는 다저스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1루수 아드리안 곤살레스, 투수 브랜든 맥카시와 스캇 카즈미어, 내야수 찰리 컬버슨에 450만달러까지 내주고 왕년의 팀 간판 외야수 맷 켐프를 받아오는 대형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뜯어보면 두 트레이드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전력강화’보다는 ‘몸집 줄이기’에 초점을 맞췄다는 공통점이 있다. 2017시즌 기준 팀 연봉 총액 등 지출액이 1억9500만달러를 넘는 팀은 사치세를 내야하는데, 사치세 부담 구단은 시즌 후 그해 연말에 발표된다. 이미 2017시즌 연봉 총액만 2억달러를 넘는 양키스와 다저스는, 이번 오프시즌 때 지출을 줄이면 2018년 이후에 사치세가 면제된다. 그런데 양키스는 2016시즌까지 14시즌 연속, 다저스는 4시즌 연속 이미 사치세를 냈다. 사치세를 낼 여력이 있는 것 같은데 갑자기 연봉총액을 줄이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치세’ 얼마나 내야 하나
사치세 관련 규정은 MLB 노사 단체협약(CBA·Collective Bargaining Agreement)에 나와 있다. 2017~2021시즌에 적용될 규정은 지난해 12월 타결된 2016년도 노사협약에 따른 것이다. 구단들은 각 시즌 지출액이 일정액을 넘으면, 그 액수 초과분에 ‘세율’을 곱한만큼 사치세를 내야 한다. 기준액은 시즌이 지날수록 늘어난다. 2017시즌은 1억9500만달러, 2018시즌은 1억9700만달러, 2019시즌은 2억600만달러, 2020시즌 2억800만달러, 그리고 2021시즌은 2억1000만달러다.
세율은 기준액을 처음 넘겼을 때는 20%, 2회 연속 넘겼을 때는 30%, 3회 이상 넘겼을 때는 50%다. 2017 시즌 다저스의 지출액을 2억5000만달러로 단순화해 가정하자. 다저스는 이미 2016시즌까지 4회 연속 사치세를 냈다. 따라서 우선 지출액 2억5000만달러에서 사치세 기준액 1억9500만달러를 뺀 5500만달러의 50%인 2750만달러를 먼저 사치세로 내야 한다.
2016년 단체협약에는 ‘부가세’가 추가됐다. 사치세 기준액보다 2000만~4000만달러가 넘으면 그 초과분의 12%를 추가로 내야 한다. 만약 4000만달러를 초과했을 때는 그 초과분의 42.5%(1회 초과시), 45%(2회 이상 연속 초과시)를 내야 한다. 다저스의 2017시즌 지출액이 2억5000만달러였다면 기준액보다 5500만달러를 초과한 것이다. 그렇다면 5500만달러에서 4000만달러를 뺀 1500만달러에는 42.5%가 더 붙는다. 637만5000달러를 추가 지출하면 내야 할 사치세는 3000만달러가 훌쩍 넘는다.
■왜 2018시즌에 줄이나
그렇다면 왜 2018시즌을 앞두고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일까. 2019시즌을 앞둔 포석이라는 평가가 많다. 2019시즌을 앞두고 내야수 매니 마차도(볼티모어), 외야수 브라이스 하퍼(워싱턴) 등 대형 선수들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으로 나온다. 양키스·다저스 등 실탄이 충분한 구단은 필시 이들을 노릴 것이고, 영입에 성공한다면 2019시즌 연봉 총액은 크게 올라 사치세를 내야할 정도가 될 수 있다.
그런데 2018시즌 지출을 줄여서 사치세를 내지 않게 된다면, 2019시즌 후 내야할 사치세 금액이 달라진다. 사치세 ‘세율’은 구단이 지출액을 몇년 연속으로 초과했는데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반면, 한 번이라도 사치세를 내지 않았다면, 연속 기록은 소멸된다. 양키스가 2017시즌까지 15회 연속 사치세를 낸 뒤, 2018시즌에도 사치세를 냈다고 하자. 양키스가 2019시즌에 사치세를 내야한다면, ‘3회 이상’ 초과하게돼 적용받는 세율은 50%다. 반면 2018시즌에 사치세를 안낸다면, 2019시즌에는 사치세를 내게 되더라도 세율 ‘20%’만 적용받게 된다. 2019시즌 돈을 많이 써도 뒷탈이 적은 것이다.
■사치세 내면, 드래프트 지명권에도 불이익
사치세를 내면 받는 불이익은 또 있다. 퀄리파잉 오퍼(Qualifying Offer)를 거절하고 시장에 나온 FA를 영입할 때 잃는 드래프트 지명권과 국제 유망주 계약금 한도액, FA를 타 구단에 내줄 때 받는 드래프트 지명권 보상에 차이가 있다. 사치세를 낸 구단은 FA 선수를 영입할 때, 구단이 보유한 드래프트 지명권 중 상위 2번째와 5번째 지명권을 상실한다. 또 국제 유망주 계약금 한도액 약 500만달러 중 100만달러를 잃게 된다. 해외에서 유망주를 데려올 때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드는 것이다. 사치세를 내지 않는 구단도 FA를 영입할 때 잃는 게 있다. 하지만 2번째 지명권, 국제 유망주 계약금 한도액 중 50만달러만 내주면 된다.
FA를 내줄 때 받는 보상도 차이가 있다. 사치세를 내면 드래프트 4라운드 후, 5라운드 시작 전 지명권이 한 장 생긴다. 다만 사치세를 내지 않은 구단은 보상받는 지명권 순서가 드래프트 2라운드 직후 한 장으로 더 앞 순번이다.
2018시즌부터는 사치세를 내는 구단에 추가로 적용되는 불이익이 있다. 구단이 보유한 가장 빠른 지명권의 순번이 10회 밀리게 된다. 만약 가장 빠른 지명권 순서가 1라운드 17번인 구단이 사치세 부과 대상이 되면, 17번이 아닌 27번으로 선수를 뽑아야 한다. 다만 가장 빠른 지명권 순번이 1~6번 사이에 있다면, 이 지명권은 보호해주는 대신 두번째로 빠른 지명권 순서를 10번 미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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