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강정호·유한준이 떠났다. 목동구장도 떠나왔다. 하지만 이후에도 넥센 히어로즈의 타선은 여전히 강했다. 2016시즌 팀타율 2위(2할9푼3리), 팀안타 4위(1464개), 팀득점 5위(765점)를 각각 기록했다. 가을 야구 티켓을 놓친 지난 시즌에도 여전히 팀타율은 2할9푼(4위)이었다. 이 타선에 KBO리그 홈런왕·최우수선수(MVP) 출신 박병호가 다시 합류한다면 어떨까. 넥센은 박병호가 큰 우산이 돼주리란 기대에 부풀어있다.
박병호가 넥센 입단 절차를 마무리하고 팀에 합류한다면, 미국 진출 전처럼 4번에 자리할 확률이 높다. 그리고 그와 함께 김하성, 마이클 초이스, 김민성, 서건창 등이 함께 중심타선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김하성은 지난 시즌 첫 3할 타율(3할2리)에 첫 100타점(114타점)을 기록했다. 박병호의 미국 진출 이전엔 하위타순에서 팀을 떠받치다 지난 시즌 어엿한 4번타자로 자리했다. 대니 돈의 대체 선수로 넥센에 지난 7월말 합류한 초이스는 시간이 흐를수록 리그에 적응해 기대감을 높인다. 8월에 친 홈런(6개)·타점(19타점)보다 9·10월에 친 홈런(11개)·타점(23타점)이 더 많았다. 8월말까지만 해도 2할 중후반에 머물렀던 타율을 끌어올려 3할7리로 시즌을 마쳤다. OPS(출루율+장타율)도 10할이 넘었다.(1.041)
서건창은 MVP 시즌인 2014년만큼은 못해도 3할 타율에 170안타는 매년 기대할 수 있는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매년 좋아지던 김민성의 타격성적이 지난 시즌 부침을 겪은게 아쉽다. 출장한 경기수가 8경기 줄어든 동안 타율도 3할 밑으로 떨어지고 홈런(17→15개)과 타점(90→78타점)이 모두 줄었다. 하지만 내년 시즌을 무사히 치르면 얻게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이 2018시즌 김민성에게 동기부여를 제공할 것이다.
이 가운데 박병호가 합류하면 ‘우산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야구에서는 강타자 앞뒤로 배치된 타자들의 타격 성적이 오르는 경우를 주로 나타낸다. 강타자와의 직접 승부하기를 꺼린 투수들이 앞·뒤타자들에게 정면승부를 하게 되면, 유인구로 피할 때보다 앞·뒤타자들의 성적이 오르기도 한다. 2000년대 초반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배리 본즈 덕에 우산효과를 본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후반 롯데 자이언츠가 이대호의 앞·뒤에서 홍성흔·강민호·손아섭 등이 호성적을 거둔 바 있다.
물론 앞·뒤타자가 제 몫을 못하면 우산효과를 보긴커녕 ‘○○○와 여덟 난쟁이’ 타선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넥센 타선이 2년간 박병호 없이도 보여준 성적은 우산 효과를 더 기대케 한다.
박병호는 그라운드 밖에서도 큰 우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 젊어진 넥센 타선에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10개 구단 중 최연소 주장으로 28세 서건창을 선임했을 정도로 넥센 타선은 젊다. 내년에 스무살이 되는 이정후를 비롯해 김민성·서건창·고종욱 등 보다도 나이가 많은 박병호는 미국 선진야구와 부딪쳐본 경험까지 전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멘토다.
선수들도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서건창은 지난 13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해 박병호를 ‘팀의 큰 기둥’이라고 표현하며 “(박병호를) 중심으로 더 많은 경기를 이길 수 있을거란 기대감이 다들 크다. 전에 (함께했던) 좋은 기억이 많다”고 말했다. 이정후도 “TV에서만 본 선배를 직접 보게 될 것 같아 신기하다”며 “앞으로 장타력을 키우고 싶은데 관련해 많이 배울 게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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