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판결문 통해 본 전관 변호사의 ‘검은 커넥션’
ㆍ정운호 내사 중이던 작년 8월 첫 만남…전화·문자 18차례
ㆍ2014년 불법도박 땐 정씨 ‘거짓 시나리오’로 변론 준비도

[단독]정운호 기소 전까지…최윤수, 변호 맡은 홍만표와 연락

법조비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된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57·사진)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의 해외원정 불법도박 혐의 등을 변론하면서 전관예우를 받거나 허위진술을 준비한 구체적인 상황들이 드러났다.

홍 변호사는 검찰의 정 전 대표 내사가 진행될 때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이던 최윤수 국가정보원 2차장(49)을 만났고, 정 전 대표가 구속 기소 전까지 늦은 시간 연락을 주고받기도 했다. 2014년 경찰의 불법도박 수사 때는 정 전 대표의 말을 듣고 허위변론을 준비하기도 했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김도형 부장판사)가 심리한 홍 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 등 사건 1심 판결문을 보면 홍 변호사는 지난해 8월19일부터 10월22일까지 최윤수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3건의 통화를 하고, 문자메시지 15건을 주고받았다. 지난해 8월19일은 홍 변호사가 정운호 전 대표 사건과 관련해 최 차장을 처음 만난 날이고, 10월22일은 정 전 대표가 구속 기소된 다음날이다.

지난해 8월19일 당시만 해도 검찰이 정 전 대표의 사건을 내사하는 단계였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홍 변호사가 검찰이 소환일정도 못 잡고 있는 상황에서 구속은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진술했다”며 “홍 변호사는 이를 바탕으로 검찰이 정 전 대표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음을 파악하고 정 전 대표에게 이 같은 내용을 알렸다”고 밝혔다. 홍 변호사가 최 차장과의 만남을 통해 내사 중인 사건 내용을 파악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변호사가 수사검사도 아닌 부장·차장급 간부 검사를, 그것도 본격적으로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만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재판부는 홍 변호사와 최 차장 간 지난해 8월19일~10월22일 통화·문자메시지 기록 중 “야간(밤 8~10시)이나 주말(토요일)에 이루어진 연락도 상당히 있다”고 밝혔다. 최 차장은 지난 6월 홍 변호사와 자신이 수사 관련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실제 통화횟수는 6차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부재중 전화”라고 해명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지난해 12월22일 오전 1시46분에는 최 차장이 홍 변호사에게 문자를 보낸 사실도 기록했다. 그날은 최 차장의 검사장 승진이 발표된 다음날로 홍 변호사가 전관으로서 후배인 수사 고위 책임자의 승진까지 챙긴 것이다.

연락이 오고간 시간대와 요일 등을 바탕으로 재판부는 “두 사람은 (홍 변호사의 검찰 퇴직 후에도) 새벽에 연락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며 “단순히 면담 일정을 잡기 위한 연락에 불과하다는 피고인(홍 변호사)의 주장은 쉽사리 믿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홍 변호사가 2014년 서울경찰청이 정 전 대표의 불법도박 피의사건을 수사할 때 ‘허위진술’을 준비했던 정황도 확인됐다. 재판부는 당시 정 전 대표가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 다른 피의자와 만들어낸 거짓 시나리오를 홍 변호사가 듣고 “논리가 괜찮다”며 허위진술을 바탕으로 상습도박 혐의를 변론하려 했다고 판결문에 적었다.

당시 홍 변호사는 정식으로 정 전 대표를 변론했는데 검찰이 2차례나 무혐의 결정을 내린 배경에 홍 변호사의 입김이 있었으리란 의혹이 제기됐다. 판결문에는 홍 변호사가 지난해 정 전 대표의 불법 도박 사건을 변론할 때도 허위진술을 계획했으나 관련 증인이 나타나면서 실패했다고 돼 있다.

홍 변호사는 2011년 정 전 대표가 서울지하철 역사 내 상가매장 임대운영사업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건넨 2억원 중 1억원을 정 전 대표의 사무실에서 직접 받아 가기도 했다. 정 전 대표는 당시 1억원은 자신의 직원 김모씨를 통해 전달했으나, 남은 1억원은 홍 변호사를 불러 전달했다. 홍 변호사 측은 2억원에 대해 자신의 개업축하금 겸 다른 사건 변호사비라고 밝혔으나, 재판부는 정 전 대표가 홍 변호사를 만나 임대운영사업 문제 해결을 요청했을 것으로 봤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