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일][스경X인터뷰]두산 김인태 “두산에서 살아남으면, 실력을 증명하는 것이기에”

두산 김인태가 지난 10월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NC와의 경기에서 8회말 동점 1타점 적시타를 치고 포효하고 있다. 잠실 이석우 기자

 

두산은 2019년에도 KBO 2차 드래프트 때 가장 많은 선수(4명)를 다른 팀에 넘겨준 구단이 됐다. 그만큼 두산이 젊고 가능성있는 선수들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외야수 김인태(25)는 그 두터운 선수층에 가려져 빛을 오래보지 못했던 선수중 하나였다. 북일고를 졸업한 뒤 2013시즌 드래프트 때 1라운드에 지명됐으나 경찰 복무를 거쳐 2016년에야 처음 1군 무대를 밟았다. 1군 데뷔 후에도 많은 기회를 잡지 못했다.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한 시즌은 2018년인데, 46경기에 불과했다. 

올해는 26경기 나서는 데 그쳤지만, 김인태는 그 짧은 시간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키웠다. 주전 외야수인 김재환과 박건우가 부상으로 잇달아 빠진 8월말, 김인태는 1군으로 콜업돼 이따금씩 날카로운 타격을 선보이며 시즌 마지막까지 엔트리를 지켰다. 두산의 정규시즌 역전 우승이 확정됐던 10월1일 NC와의 최종전에는 4-5로 뒤지던 8회말 2사에서 대타로 나서 동점 적시타를 쳤고, 한국시리즈 2차전 4-5로 뒤진 9회말 무사 1·3루 역전승의 발판이 된 희생 뜬공을 때려냈다. 

활약도가 전보다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김인태는 여전히 다음 시즌 주전보다는 백업을 생각해야하는 처지다. 팀 동료였던 정진호가 2차 드래프트 때 한화로 팀을 옮긴 것처럼, 다른 팀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는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 만난 김인태의 대답은 달랐다. 김인태는 “어차피 어딜 가든 경쟁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 두산에서 외야수로 살아남는다면 더 좋은 선수임을 증명하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11월말 서울 잠실야구장 두산베어스 구단 사무실에서 만난 김인태. 윤승민 기자

 

두산의 선수층은 꾸준히 두터웠고, 인고의 시간을 거쳐 주전으로 자리잡은 선수들은 늘 있어왔다. 그리고 그들은 후배들에게 격려와 조언을 남기며 또다른 성공 신화가 탄생하도록 도왔다. 김인태도 돌아보니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는 “2군에 있는 시간이 길 수밖에 없었지만 형들을 가끔 볼 때마다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며 “(허)경민이 형은 ‘2군에 젖어들지 말라’고 말해줬고, (오)재원이 형과 (김)재호 형도 ‘언제든 올라올 수 있으니 잘 준비하라’고 말해줬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돌아보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인태는 올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올해는 자리잡기 힘들겠구나’라며 낙담하기도 했지만, 2군의 코칭스태프와 직원들도 많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며 감사를 표했다. 구단 안팎에서의 따뜻한 말이 없었다면 두산의 막바지 대역전극을 도운 김인태의 가을 활약은 없었을 터다.

다른 모든 두산의 야수들처럼, 김인태는 새 시즌에는 한층 나은 수비를 선보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김인태는 “우리 팀의 강점은 수비다. 결국 팀 내 경쟁에서 이기려면 수비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수비보다 자신있는 타격에 대해서는 코칭스태프도 “지난 시즌 막바지의 좋은 감을 유지하라”는 주문을 들은 상태다. 김인태는 “시즌을 조금씩 치러가면서, 겨울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머릿속에 계획이 그려지는 것 같다”며 “새 시즌에도 팀이 이기는 데 도움되도록, 어느 자리에서든 최선을 다하는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