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 김재수 장관(오른쪽)에 대한 해임 처리와 관련한 항의표시로 야당의원들이 이준원 차관에게만 답변을 요구해 김장관은 발언을 못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비선 실세’ 최순실씨(60)의 주도로 만들어진 미르재단과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58)이 연관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이를 해명했다. 김재수 장관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재직 당시 추진해오던 ‘해외 한식교육’ 사업을 미르재단에게 넘겨줬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aT가 지난해 5월 공공기관 기능 조정을 통해 사업을 한식재단에 넘기기로 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넘겨받기로 한 사업을 한식재단이 포기한 이유에 대해 명확한 해명이 없어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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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장관과 미르재단과의 연관 의혹은 지난 9월2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aT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미르재단은 지난 4월 프랑스 명문 요리학교 에콜 페랑디에 한식 정규과정을 도입하는 내용의 합의각서(MOA)에 서명했다.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에콜 페랑디에 한식 홍보사업을 벌인 곳은 aT였으며, 김재수 장관이 aT가 추진하던 사업을 미르재단에 그대로 넘긴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aT는 2013년 11월 에콜 페랑디 교내에서 ‘공동 수출농식품 홍보사업’을 진행했고, 이듬해에는 ‘페랑디 최초 한국요리 강좌 실시’를 사업 실적으로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이 aT에서 받은 사업계획서를 보면, 지난해에는 aT가 ‘지난해(2014년) 처음 실시한 페랑디 내 한국요리 강좌의 지속적인 운영으로 정규과정 채택 추진’을 기대효과로 제시하기도 했다. aT가 에콜 페랑디에 한식 정규과정을 도입하는 데까지 사업을 추진하려고 한 것이다.
농식품부는 국감때 제기된 의혹들이 최순실씨의 검찰 출석 등을 계기로 최근 다시 불거지자 1일 별도로 해명자리를 만들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한식관련 사업들이 분산 추진되고 있다는 국회 지적에 따라 2012년부터 한식재단으로 단계적 (사업) 일원화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2012년에는 국내 단기교육, 2013년 국내교육·해외한식당 협의체, 2014년 콘텐츠, 올해 해외 한식교육 순으로 aT가 2009년 부터 벌여오던 한식 관련 협력 사업을 한식재단에 넘길 예정이었다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5월 발표한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방향’에도 aT의 ‘한식세계화교육’ 사업을 한식재단으로 이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aT가 에콜 페랑디에서의 한식 사업을 중단하기로 한 것은 예정된 절차였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또한 올해 한식재단이 이관받기로 한 ‘한식세계화교육’ 사업 중 ‘홍보행사가 포함된 일회성 한식강좌’를 한식재단이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책 변경이 ‘대학교 중심 강좌 개설 방식’이라는 게 이유로 올해부터 사업을 추진하지 않기로 지난해 말 결정했다는 것이다. 미르재단이 에콜 페랑디와 협력한 것은 ‘민간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추진한 것’이라 농식품부와 공공기관인 aT·한식재단과는 무관하다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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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해명이 의혹을 가라앉히지는 못하고 있다. 일단 aT가 이관한 사업을 한식재단이 중단한 이유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각 기관의 업무 사정”이라고 설명했을뿐 한식재단이 왜 ‘일회성 한식강좌’를 중단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올해부터’ 중단하기로 ‘지난해 말쯤’ 결정됐다는 이야기 외에 어느 자리에서 어떤 사람들에 의해 결정됐는지도 언급하지 않았다. aT가 에콜 페랑디에서 진행한 한식교육 사업을 일회성이라고도 설명했으나, 이 부분도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aT가 지난해까지 실제 시행한 사업은 ‘홍보사업’ 및 ‘3회 정도의 한국요리 강좌’이긴 하다. 그러나 aT는 사업 목표를 ‘한국요리 강좌 정규과정 채택’으로 잡았다.
‘한식 강좌 정규과정 개설’은 올해 미르재단이 에콜 페랑디와 합의한 내용이다. 미르재단은 지난 4월 합의각서 체결 후 보도를 통해 “에콜 페랑디에 프랑스가 아닌 다른 나라 요리가 정식 커리큘럼으로 도입된 것은 처음”이라고까지 강조했다. 결국 공공기관이 수년간 준비해 온 한식 강좌 정규과정 개설을 지난해 10월 설립된 미르재단이 반년만에 이뤄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산하 기관으로 국감 대상인 한식재단이 아니라 신생 민간 재단이 단기간에 사업을 성사시킨 것이다.
심지어 미르재단이 에콜 페랑디와 합의 한 ‘정규과정 개설’은 한식재단의 업무로 남아있는 ‘대학교 중심 강좌 개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한식재단이 포기한 것은 홍보성 행사와 병행하는 3회분 정도의 짧은 한식강좌”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지난 4월 보도에 따르면 미르재단이 합의한 정규과정은 “올 연말 한국에 설립돼 내년 3월 입학생 100여명을 선발하는 페랑디·미르 학교”에서 진행되는 “9개월의 정규과정이나 3개월의 단기과정”이다. 3회 정도의 일회성 행사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식재단이 할 수 있던 사업을 미르재단이 짧은 시간에 할 수 있게 됐냐는 뮬음에 농식품부 관계자는 “민간 차원의 일이라 파악하지 못했다”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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