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류현진(당시 한화)은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해 괴물같은 활약을 선보이며 만 19세로 신인상과 최우수선수(MVP)를 동시 수상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류현진의 등장과 맞물려 프로야구는 2000년대 초반의 침체를 극복하고 새 바람을 탔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호성적 덕분이기도 했지만 젊은 스타들이 여럿 등장했다. 류현진의 후배 김광현은 비록 신인상을 놓쳤지만 2년 뒤인 2008년 MVP에 올랐다. 당시 만 20세였다.
그러나 김광현 이후로 만 25세 미만 젊은 MVP는 탄생하지 않았다. 2011년 윤석민(KIA), 2014년 서건창(넥센)이 만 25세로 MVP를 수상한 게 김광현 이후 가장 어린나이로 수상한 기록이다.
이전에는 25세가 되기 전 MVP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1963년생 선동열(해태)은 1986년 만 23세의 나이로 처음 MVP가 됐다. 5년 뒤에는 빙그레에 장종훈이 ‘연습생 신화’를 쓰며 등장해 역시 23세 때 MVP를 거머쥐었다. 장종훈의 2년 연속 수상 뒤 한해 걸러 1994년에는 이종범(해태)이 등장했다. 데뷔 2년차에 4할에 근접한 타율(0.393)에 84도루로 24세 MVP가 됐다.
그 다음은 이승엽의 시대였다. 1997년 불과 만 21세로 홈런왕(32개)에 오른 이승엽이 MVP도 동시 석권했고, 1999년 사상 처음 50홈런을 넘기면서 23세 때 다시 MVP가 됐다. 이승엽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25세 미만’ MVP의 계보가 끊기는 듯 했지만 2004년 17승을 거두며 각성한 배영수(삼성)가 다시 23세 MVP가 됐다.
2년 뒤 류현진이, 다시 2년 뒤 김광현이 MVP 수상 연령을 더 낮춰놓았다. 아무리 늦어도 5년 내로는 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선수가 나타났다. 그러나 2008년 김광현 이후 젊은 나이에 MVP급 활약을 보이는 선수는 보기 힘들어졌다. 2012·2013년 2년 연속 MVP를 수상한 박병호(넥센) 정도가 2010년대 새로이 등장한 리그 대표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2018시즌 유력 MVP로 거론되는 선수들 중에도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은 드물었다.
물론 최근 환경은 젊은 선수들이 쉽게 팀과 리그의 중심으로 자리잡던 1980·90년대와 다르다. 고등학교·대학교를 졸업하고 프로에 뛰어드는 선수들이 주전은커녕 1군 풀타임 선수로 뛰기는 어려워졌다. 신예 선수들과 선배들과의 실력차가 더 뚜렷해졌다. 지난해 이정후(넥센) 이전 2008년부터 9년 동안 프로 입단 첫해 신인상을 수상한 선수가 나오지 않은 것과 이런 흐름이 무관치 않다.
그러나 젊은 MVP를 더 이상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올해 프로에 데뷔해 인상적인 활약을 보였던 강백호(KT), 양창섭(삼성), 안우진(넥센) 등 ‘베이징 키즈’를 비롯해 이정후, 최충연(삼성) 등 젊은 선수들의 약진도 조금씩 눈에 띄고 있다. 입단 후 빠른 시기에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는 선수들이 리그를 대표하는 MVP급 선수로 잘 자라준다면 리그에도 새로운 활력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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