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잠수함 투수 박종훈(27)에게 올해는 유난히 길다. 예년보다 일찍 개막한 시즌, 박종훈은 지난달 13일 시즌 최종전에도 선발 등판했다. 지난 시즌을 통째로 쉰 김광현을 비롯한 SK의 선발진이 돌아가며 시즌 도중 짧은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도 박종훈은 엔트리에서 빠지지 않고 로테이션을 돌았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로도 뽑혔다. 한 해 동안 산전수전을 치르며 정규시즌을 마쳤고, 플레이오프에 이어 한국시리즈 마운드에도 올랐다. 단기전에서 그 중요성이 강조되는 1차전과 SK와 두산이 2승2패로 팽팽하게 맞선 5차전에 모두 선발로 올랐다. ‘원투 펀치’ 김광현-메릴 켈리가 플레이오프 5차전에 모두 오른 뒤라 한국시리즈에선 로테이션상 중책을 맡았다.
그 두 경기에서 SK는 모두 이겼다. 시리즈 첫 경기를 잡아 기선을 제압한 SK는 2승2패 균형을 맞춘 상황에서 이겨 7전4선승제 시리즈에서 우승에 유리한 고지를 밟았다. 그러나 박종훈에겐 승리투수의 영광이 돌아가지는 못했다. 1차전에는 5이닝을 채우지 못했고(4.1이닝 3실점), 5차전에선 5이닝(1실점)은 채웠지만 SK의 역전 결승타가 7회말에 나와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아쉬움은 없을까. 박종훈은 시리즈 기간 기자들을 마주칠 때마다 “내가 승리투수가 되는 건 중요하지 않고,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98년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LG 유니폼을 입고 7이닝 무실점 호투했던 SK 손혁 투수코치로부터 “나만큼은 던지고 나서 인터뷰해야지”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지만, 박종훈은 시리즈 내내 특유의 자신감 있는 표정을 잃지 않았다.
한 해 동안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지만 박종훈에게도 한국시리즈는 남달랐다고 했다. 박종훈은 “플레이오프 때만 해도 그냥 정규시즌 주말 경기 같았다”며 “그냥 주말에, 순위가 비슷한 팀과 치르는 라이벌전 같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우승을 눈 앞에 두고 벌이는 한국시리즈의 압박감, 특히 ‘1차전 선발’이 주는 무게감은 생각보다 컸다고 했다.
“두산의 타자들이 강하다는 걸 아니까 조금 더 정확히 코너워크하려고 애썼어요. 그러다 (1차전에선) 볼넷을 5개나 주고 말았네요.”
5차전에서도 안타 6개와 사사구 3개를 허용했고 두산 9번 정진호에게 예상 밖의 솔로포를 하나 내줬다. 하지만 4회말 2사 만루 위기에서 다시 만난 정진호를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시키는 등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이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압도적인 에이스의 모습을 보인 건 아니었지만 분명한 건 박종훈이 마운드에서 팀 승리의 밑거름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이제 박종훈은 ‘불펜 대기’를 준비한다. 박종훈은 “5차전 선발등판을 마친 뒤 불펜에서 해야 할 역할이 있으면 무조건 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김태훈과 앙헬 산체스가 필승조로 제 몫을 해오고는 있지만 SK의 불펜은 플레이오프 5경기까지 치른 터라 피로가 꽤 쌓였다. 박종훈이 불펜에서 깜짝 등판해 안정적으로 이닝을 소화해준다면, 2018년은 그에게 유독 길었지만 가장 보람찬 해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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