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자책임전문위, 예상 뒤엎고 “주주가치 훼손 우려” 이견 제시
개인지분 합쳐 22% 반대 확실시…주총서 ‘외인투자자’ 선택 주목
LG화학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에 대해 “국민연금의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오는 30일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지분 40%가량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의 선택에 따라 분사 여부가 갈릴 가능성이 높은데,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분사가 부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27일 “LG화학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에 대해 반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문위원회는 이날 16차 회의를 마친 뒤 “분할계획의 취지 및 목적에는 공감하나, 지분 가치 희석 가능성 등 국민연금의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다만 일부 위원들이 이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1위 배터리 업체 LG화학은 지난달 17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전지사업부를 분사해 ‘LG에너지솔루션’(가칭)으로 독립하기로 의결했다. 이후 30일 임시주총에서 승인을 거친 뒤 12월1일 새 법인을 출범시킬 예정이었다. LG화학이 배터리 분사를 의결하기 위해서는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전체 주식의 3분의 1 이상 찬성해야 한다. LG화학의 주식은 국민연금이 10.28%를 보유한 2대 주주이며 (주)LG 등 주요 주주가 30.10%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 외국인 투자자 38.08%, 국내 기관투자가 약 8%, 개인이 12%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당초 반대의견을 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 글래스루이스,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등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찬성의견을 낸 상태였기 때문에, 국민연금도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을 따라갈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국민연금이 반대의견을 표시하면서 임시주총 결과도 손쉽게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개인투자자들은 주주가치 훼손 등을 이유로 분사 계획을 밝힌 직후부터 강하게 반대의견을 표시해왔다. 국민연금의 지분에 개인투자자의 지분 12%를 합하면 대략 22%는 이번 분사에 반대의견을 낼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 셈이다.
결국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의 선택에 따라 분사 여부가 갈리게 됐는데,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에 따라 이들이 찬성의견을 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외국인, 기관투자가들 가운데 예상보다 많은 반대표가 나올 경우 예상을 벗어난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LG화학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ISS와 국내 한국기업지배연구원 등도 대부분 찬성한 사안인데 국민연금의 반대의견은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분할은 배터리 사업을 세계 최고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육성해 주주가치와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것으로 주주총회 때까지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윤승민·정환보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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