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앞세워 안전성 홍보…수익률 상대적 낮은 편인데 ‘특이’“라임 사태 조짐 작년 하반기도 대거 투자 ‘외부 입김’ 파악할 필요”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에 개인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기관까지 거액을 투자한 사실이 드러났다. 다수 법인이 같은 금융상품에 투자한 것이 이례적이지는 않지만, 옵티머스의 지명도가 높지 않고 투자 대상도 생소한 데 비해 기업·기관들의 투자 참여가 많은 데 대해 의혹의 시선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옵티머스 투자자 명단’을 보면 2017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옵티머스 펀드에 몰린 투자금은 1조5798억원이고 이 중 환매중단된 액수는 5543억원이다.
이름 석 자만 적힌 개인 투자자들이 대부분이지만 한화종합화학(500억원), 오뚜기(150억원), BGF리테일(100억원)은 물론 LS일렉트릭과 넥센, 안랩, JYP엔터테인먼트 등도 수십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균관대와 건국대 등 대학교 법인, 한국전력과 한국마사회, 농어촌공사의 사내 복지기금도 옵티머스 펀드로 흘러든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 사모펀드에 다양한 법인 및 기관이 투자하는 것 자체가 특이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저금리 기조가 코로나19 확산 전부터 계속되던 터라 기업들이 여유자금을 운용하기 위해 다양한 투자처를 찾다가 옵티머스 펀드를 선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대상이 ‘옵티머스 펀드’란 점에 대해 업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만만찮다. 옵티머스의 펀드사기 행각이 드러나기 전에도 수상쩍었다는 것이다. 옵티머스 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NH투자증권의 정영채 사장은 지난 16일 국감에서 “옵티머스 펀드는 2년간 8000억원어치가 유통된 상품”이라고 말했지만,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옵티머스가 이전에 특별히 돋보이는 운용 실적을 낸 회사가 아닌데도 다수 기업·기관이 단기간에 투자를 선택한 점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옵티머스가 환매중단 대상이 된 펀드를 팔기 직전인 2017년, 옵티머스의 자본총계는 6억원에 불과해 ‘자본금 미달’로 ‘적기 시장조치’ 대상이 될 위기에 놓여 있었다.
옵티머스가 투자 대상이라 광고한 ‘공공기관 매출 채권’은 당시에도 생소한 투자 대상이었다.
옵티머스는 공공기관이 사업을 수주받은 기업에 사업비 등 명목으로 매출 채권을 건넬 것이며, 이는 공공기관이 보증한 채권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투자 대상이라고 설명해왔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사업자에게 사업비 명목으로 현금을 주는 경우가 많다. 채권을 발행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옵티머스 펀드가 ‘공공기관’을 앞서워 상품의 안전성을 강조한 대신 사모펀드치고 낮은 3%대 수익률을 내세웠는데, 당시 그보다 기대수익률이 높은 공모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옵티머스 사기 행각의 피해자라는 시각도 있지만, 이런 투자의 뒷배경이 있는 것은 아닌지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한다는 설명만 들으면 기업·기관들이 옵티머스 펀드에 가입한 것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라임 사태가 불거질 조짐이 보인 지난해 하반기에도 옵티머스 펀드에 대거 투자한 기업은 외부 압력을 받은 것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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