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2∼18세 청소년 발급 허용 후
카드사들 ‘미래 고객 잡자’ 유치전
편의점·독서실 등 결제수단 유용
‘1인당 1장·월 10만원 한도’ 유의를

지난 4월27일부터 만 12세 이상 18세 미만 청소년들에게도 후불교통카드 발급이 가능해지면서 카드사들도 이에 맞춰 청소년용 체크카드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그동안 만 18세 미만 청소년들은 후불교통카드를 쓸 수 없어 매번 선불교통카드를 충전해 사용해야 했다. 버스에 오른 뒤 카드 잔액이 없어 불편을 겪는 청소년들을 ‘금융 약자’로 보고 금융당국이 시행령을 개선한 것이다.

카드사들은 청소년에 특화된 혜택을 앞세우며 후불교통카드 가입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청소년들이 처음 이용하는 금융회사를 성인이 된 뒤에도 지속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잠재적 고객 확보 차원에서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 청소년 주요 사용처에 다양한 혜택

최근 발급된 청소년 후불교통 체크카드는 상품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청소년들이 주로 사용하는 업종에서 할인 혜택을 제공해 눈길을 끌고 있다. KB국민카드의 ‘쏘영 체크카드’는 멜론, 유튜브 등 스트리밍서비스를 건당 3000원 이상, 스터디카페, 독서실, 편의점에서 건당 5000원 이상, 패스트푸드점에서 건당 7000원 이상 결제할 때 결제금액의 5%를 할인해준다. 다만 월 최대 할인금액은 영역별로 1000원이다. 신한카드의 ‘틴즈플러스 포니 체크카드’는 CGV에서 월 1회 2000원, 롯데월드·서울랜드 자유이용권은 연 3회 50% 할인 혜택이 있다.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KFC, 버거킹 등 패스트푸드점에서는 5000원 이상 결제하면 이용금액의 5%를 캐시백해준다. 단, 월 최대 5000원, 브랜드별 1일 1회로 횟수가 제한돼 있다.

우리카드의 ‘카드의 정석 크림틴즈 체크’는 버스·지하철을 합해 월 2만원 이상 이용할 경우 2000원을 캐시백해준다. 서점,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1만원 이상을 결제하면 1000원을 캐시백해준다. 단, 서점이나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등 항목별로 월 2회까지만 할인이 가능하다. IBK기업은행의 ‘하이틴즈 체크카드’는 독서실과 학원·온라인서점에서 1만원 이상 결제할 때 1000원을 할인해준다. 편의점, 베이커리, 패스트푸드점에서 5000원 이상 결제할 때는 500원을 할인해준다. 교보문고, 반디앤루니스 등 대형서점 할인 혜택은 온라인 구매 시에만, 다른 업종의 경우 오프라인 구매 시에만 할인 혜택을 주는 등 항목별 할인 조건에 차이가 있다. 이 밖에 하나카드는 ‘리틀프렌즈 틴에이저 체크카드’, DGB대구은행은 ‘DGB 똑디 후불교통 체크카드’ 등을 각각 내놨다.

이 카드들은 대개 전월 5만~10만원 사용 실적이 있어야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성인들이 사용하는 카드가 월 20만~30만원가량 실적이 있어야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적 기준이 낮은 편이다. 청소년들이 주로 소비하는 업종에 할인 혜택이 모여 있지만,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각 카드의 상품설명서를 읽고 할인 요건을 파악해 사용자에게 잘 맞는 카드를 고르는 것이 좋다.

청소년 후불교통카드는 1인당 1장만 발급받을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과거 청소년에게 후불교통카드 사용을 허용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청소년들이 교통비를 연체하거나 현금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소년에게 후불교통카드의 문턱을 낮춘 대신 카드 발매 장수 및 교통카드 사용한도(월 최대 10만원)를 정해놓았다.

■ 카드사, ‘미래의 고객’ 잡아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카드 발급은 카드사에 ‘미래의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카드사들은 카카오페이 등 대형 모바일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간편결제와 경쟁하는 상황이 되면서, 어려서부터 모바일 기기 사용이 익숙한 청소년들에게 존재감을 알려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 아직 카드사는 모바일 간편결제보다 가맹점이 많아 범용성이 높지만, 모바일 간편결제 업체들도 가맹점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청소년이 체크카드를 사용했을 때 해당 카드사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면, 성인이 돼서도 같은 카드사의 상품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청소년들이 아직 경제활동의 주체가 아닌 만큼 카드사들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확대하고 있지는 않다. 일단 청소년의 후불교통카드 발급은 보호자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실제 청소년 대상 카드는 보호자가 ‘경제교육 목적’으로 용돈 개념으로 발급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청소년 후불카드는 업계가 필요로 했다기보다는 당국에서 ‘금융 약자의 불편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준 것”이라며 “마케팅이 지나치면 당국과 시장에 좋지 않은 이미지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실용적인 혜택과 눈에 띄는 캐릭터를 강조하면서 청소년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인기 애니메이션 <미니언즈>, 하나카드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을 각각 카드 디자인에 적용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