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정기회) 제10차 본회의에서 2023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앞둔 가운데 정의당 의원들이 ‘부자감세 철회!’, ‘민생예산 확충!’, ‘이XX 사과하라!’는 피켓을 붙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의당은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한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팻말을 게시하며 국회 모욕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야당이 본회의장을 비우고 파행 모양새를 만드는 것이 오히려 윤 대통령을 돕는 일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이날 시정연설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시정연설에 참석해 윤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하자는 방침을 정했다. 이은주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총에서 “정부 출범 이후 거듭된 인사 실패, 국정 무능에도 윤 대통령은 단 한 번의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국회를 향한 비속어 파문은 그 정점을 보여줬다”며 윤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 파행과 극단적 정쟁이야말로 윤 대통령이 바라는 바이며 국회가 그런 윤 대통령의 의도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며 “윤석열 정부 임기 내내 정치가 중단된다면, 시행령 통치와 민생 파국의 책임은 결국 야당에 돌아오고 말 것”이라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시정연설 직전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진행된 5부 요인 및 여야 지도부와의 비공개 환담 자리에도 참석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에 대한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은 국회 모독”이라며 “사과에는 시기가 따로 있지 않다. 사과하시라”고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국회를 겨냥해 ‘이 XX’라는 비속어를 사용했다는 논란에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정의당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하지 않은 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변해 사과 요구를 거부했다.

 

정의당 의원 6명은 이후 본회의장에 입장해 ‘부자감세 철회! 민생예산 확충!’ ‘이 XX 사과하라!’는 팻말을 게시했다. 당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서민예산 확충을 언급했으나 실제 서민들을 위한 예산은 깎였다는 평가가 많다”며 “윤 대통령이 재정 건전성을 언급한 것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서민·약자들에게 어려움을 전가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이를 비판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웬만큼 하라”고 소리치자 정의당 의원들이 “사과하세요”라고 항의하는 등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입장했을 때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친 국민의힘 의원들과 달리 정의당 의원들은 자리에 앉아있었다.

 

김희서 정의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시정연설을 ‘빈 수레 자화자찬’으로 규정하며 “국회 무시, 법치 무시로 국회 파행과 극단적 정쟁 정치의 중심에 있는 대통령이 초당적 협력을 이야기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과거 실패한 어떤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이 겹쳐졌다”고 밝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본회의장에 입장해 연설을 들었다. 용 의원은 ‘국회를 존중해야 국정을 정상화할 수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팻말을 게시했다. 조 의원은 별다른 항의표시를 하지 않았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