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4일 검찰의 민주당사 압수수색에 반발하며 25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는 시정연설에 불참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최종 대응 방안을 결정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협치는 끝났다”고 밝혔다.
검찰이 지난 19일에 이어 이날 오전 8시45분쯤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내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민주당은 “침탈”“정치탄압”이라고 반발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검찰의 압수수색 재시도 소식에 주요 당직과 원내부대표단에 속한 의원들에게 당사 집결령을 내렸다. 박성준 대변인은 민주당사 브리핑에서 “검사 등 17명이 ‘압수수색을 나왔다’고 고지하지 않고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출근하는 직원들 틈에 끼어서 기습적으로 민주연구원 부원장실까지 침입했다”며 “정상적인 행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의 압수수색 시도 직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지도부 인사들은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주 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은 국정감사 방해 행위라고 강력히 규탄했음에도 국정감사 마지막 날인 오늘 오전 기습적으로 또 침탈했다”며 “어제 저는 시정연설 전에 대통령이 자신의 막말과 함께 민주당사 압수수색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는데도 하루가 지나지 않아 보란 듯이 까뭉갠 것”이라고 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협치는 없고 협박만 있다. 염치는 없고 파렴치만 난무한다”며 “윤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가 없다면 민주당은 (시정연설) 전면 거부도 불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민주당 의원 전원을 감방에 처넣어야 성에 풀리겠냐”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예정된 국회 상임위별 종합 국정감사에 불참하고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그 여파로 이날 오전 국감은 대부분 열리지 못했거나 일찍 중단됐다. 민주당은 의총 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했다. 이재명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박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검찰 수사의 진두지휘는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맡았다고 확신한다”면서 “이것은 협치를 거부하는 정도가 아니라 야당을 말살하고야 말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 “저희는 중앙당 압수수색에 대해서도 ‘자발적으로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누누이 얘기했는데 누가 걷어찼냐”면서 “저희로서는 이제 협치는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구속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측 변호인 입회 하에 이날 오후 2시부터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김승원 민주당 법률위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당 법률위원회는 (검찰의) 건조물침입죄 등 위반 여부를 검토하여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이날 오전 당사를 진입할 당시 폐쇄회로(CC) TV 화면을 공개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다시 의총을 열었다. 국감에 복귀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날 오후 국감은 정상대로 진행됐다. 다만 민주당은 25일 윤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어려운 민생 위기 속에서도 무능하고 무도함을 넘어 오로지 정치 보복 수사에 열 올리며 야당의 당사까지 침탈하는 부당한 상황 및 정상적 국감이 이뤄질 수 없게 방해하는 행위를 강력하고 단호히 문제제기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윤석열 정권이 야당을 압살하려는 의지가 보이는 상황 속에서 결코 정상적인 시정연설을 용인, 수용할 수 없다고 결의했다”고 전했다. 다만 시정연설을 어떤 방법으로 거부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오 원내대변인은 “내일(25일) 오전에 또다시 긴급 비상의총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 반응과 여론 동향 등을 보고 시정연설 직전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본회의장에 들어가는 대신 피켓팅을 하거나 침묵 시위를 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시정연설에 불참하기로 가닥을 잡고 있다”면서 “의원들이 많이 격앙돼 있다”고 말했다. 당 내부에서는 장외투쟁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한 중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미 여권이나 검찰과 합리적인 방안을 놓고 협상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난 것 같다. 강 대 강 대치가 당분간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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