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진행된 25일 국회 본회의장 안팎에서 여야간 대치가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시정연설을 보이콧하고 윤 대통령의 본회의장 입장시 침묵시위를 벌였다. 정의당은 사전환담에서 윤 대통령에게 비속어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고, 본회의장에 참석해 ‘이XX 사과하라’는 팻말을 게시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로부터만 19차례 박수를 받았다.
민주당은 시정연설을 한 시간 앞둔 오전 9시 국회 본청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의원총회를 열었다. 이재명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정부와 여당이 야당을 말살하고, 폭력적 지배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면 이제 우리는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면서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선언한다”고 말했다. 검찰의 민주당사 압수수색에 대해 “정상적인 정치를 거부하고 국민과 헌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선전포고”라며 “정치 도의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것에 대해서 엄중한 심판이 뒤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본회의장에 입장하기 않기로 결정했다.
정의당은 오전 9시15분 의원총회를 열고 민주당과 달리 본회의장에 참석키로 했다.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원총회에서 “국회 파행과 극단적 정쟁이야말로 윤 대통령이 바라는 바이며 국회가 그런 윤 대통령의 의도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며 비속어 발언에 대한 윤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오전 9시30분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계단에 집결해 윤 대통령 규탄시위를 했다. 의원들은 ‘야당탄압 중단하라’ ‘이 XX 사과하라’라고 적힌 팻말을 들었다. ‘국감 방해 당사 침탈 규탄한다’고 쓰인 현수막도 펼쳤다. 이들은 “야당 탄압 중단하라” “국회 무시 사과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 도착해 오전 9시39분쯤 본청 로텐더홀을 지나갔다. 민주당 의원들은 구호를 멈춘 채 침묵시위를 했다. 윤 대통령은 계단 위 규탄대회를 슬쩍 봤으나 멈추지 않고 왼쪽으로 몸을 돌려 사전환담장으로 통하는 엘리베이터 앞으로 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예결위 회의장으로 옮겨 정국 대응을 위한 의원총회를 했다.
오전 9시40분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사전환담이 진행됐다. 윤 대통령, 김진표 국회의장, 김명수 대법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한덕수 국무총리,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최재해 감사원장이 자리했다. 정당에서는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정의당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석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불참했다. 이은주 위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이미 지난 일이지만 사과에 시기가 어디 있느냐. 비속어 발언을 사과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사과할 일이 없었다. (비속어 발언이 나온) 방송을 잘 들어보라”며 “(사과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했다.
시정연설 직전 본회의장에 마련된 의석은 민주당의 불참으로 절반 넘게 비었다. 정의당 의원들은 ‘이XX 사과하라’ ‘부자감세 철회, 민생예산 확충’이라고 적힌 노란색 손팻말을 좌석 앞에 게시했다. 국민의힘 의석에서 “웬만큼 해라. 웬만큼” “예의를 지키세요”라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정의당 의원들은 “사과하세요, 사과”라며 맞받았다.
오전 10시 윤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제히 일어서서 박수를 보냈다. 연설대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 좌석이 마련된 연단 왼쪽을 향해 먼저 고개숙여 인사한 뒤 비교섭단체 의원들과 국무위원들이 자리한 오른쪽을 향해 인사했다.
윤 대통령이 총 18분 28초 동안 연설하는 동안 국민의힘 의원들은 19차례 박수를 보내며 호응했다. 1분에 한 번꼴로 손뼉을 친 것이다. 일부 여당 의원은 휴대전화를 들고 윤 대통령을 촬영했다. 윤 대통령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력한 국가를 만들겠다”고 말한 대목에서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윤 대통령은 연설을 마치고 연단 오른쪽을 향해 먼저 몸을 옮겨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과 악수했다. 용 의원 자리에는 ‘국회를 존중해야 국정을 정상화할 수 있습니다’라는 팻말이 걸려 있었다. 정의당 의원들은 연설이 끝나자마자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윤 대통령은 연단을 가로질러 김진표 국회의장과 인사한 뒤 국민의힘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 의원들과는 양손을 맞잡았고,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중추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과 마주해서는 장 의원의 어깨를 세 차례 ‘팡팡’ 두드리고 손을 맞잡았다. 몇 마디 귓속말도 나누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장석으로 다가가 다시 김 의장과 악수한 뒤 손뼉을 치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국무위원들을 향해 손을 들어 화답하고 오전 10시27분쯤 본회의장을 떠났다.
시정연설 동안 예결위 회의장에서 의원총회를 진행한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국회를 빠져나간 오전 10시29분쯤 다시 로텐더홀에 모여 규탄대회를 했다. 이들은 “야당 탄압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는 사과라는 단어는 머릿속에 들어가 있지 않다. 협치는 없다고 (대통령) 본인이 단언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향후 정국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6일 국회 본청 앞에서 현역의원과 원외지역위원장, 당직자 와 보좌진 등이 모여 ‘검찰독재, 공안통치 규탄대회’를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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