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0개팀의 길었던 레이스를 거르지 않고 함께 해 온 선수들이 올해도 있다. 오랜 수고가 개인상이나 팀의 좋은 성적으로 보상받아야 할텐데, 올해는 전경기 출장 선수들의 소속팀이 모두 하위권에 처진 묘한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1일까지 팀이 치른 전 경기에 ‘개근’한 선수는 7명이다. 140경기를 치른 LG와 삼성에는 오지환과 박해민이 전경기 출장했다. 139경기를 치른 NC에는 나성범이, 136경기를 치른 KT에는 멜 로하스 주니어가 올 시즌 결석이 없었다. 가장 적은 132경기를 치른 롯데에는 내야수 이대호와 신본기, 외야수 전준우까지 3명이 개근상감이다.
공교롭게 전경기 출전 선수들의 소속팀은 모두 하위권에 처져있다. 나성범과 로하스는 중심 타선을 꾸준히 지켜왔지만 소속팀은 탈꼴찌를 다투는 지경이다. 오지환의 LG와 박해민의 삼성은 남은 경기를 모두 이겨도 승률이 5할에 못미친다. 9월말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가장 많은 경기를 남겨둔 롯데가 5위 자리를 노리고는 있지만 여의치 않다.
지난해와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지난해 시즌 전경기(144경기)를 소화한 선수는 총 5명, 이 중 김재환(두산)과 손아섭(롯데)은 소속팀이 포스트시즌을 치렀다. 이정후의 넥센도 시즌을 7위로 마치긴 했지만 막판까지 포스트시즌 진출을 놓고 다퉜다.
반면 올해는 상위팀들이 폭넓게 선수를 활용하며 시즌을 보냈다는 점과 선수들의 전경기 출장 여부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상위권 팀들의 올해 상황을 보면 그 점이 더욱 뚜렷해진다. 선두 두산은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하며 타순을 가리지 않고 선수들이 고루 제 몫을 해 줬다. 양의지와 오재원, 최주환 등을 부상 중에 대타로 기용하면서도 경기를 어렵지 않게 풀었다.
SK도 김동엽, 정의윤, 강승호 등 다른 팀에서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야수들을 돌아가며 기용할 수 있을 정도의 선수층이 됐다. 넥센도 박병호, 서건창, 이정후 등이 부상으로 빠진 사이 김혜성, 송성문, 김규민 등 젊은 선수들을 기용하며 위기를 벗어났다. 한화는 야수진의 깊이가 다른 팀에 비해 깊지 않았지만 불펜을 중심으로 마운드를 튼튼히 하고 수비가 좋은 선수들을 배치하며 상위권을 오래 지켰다.
반면 하위팀들은 시즌 많은 경기를 소화한 선수들의 활약 여부가 팀의 성적과 연결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로하스와 이대호는 중심타순에 꾸준히 많은 홈런과 타점을 날렸지만 시즌 중 개인 성적이 부진할 때 팀도 함께 부진에 빠지는 모습을 보이며 아쉬움을 남겼다. LG는 부상 전까지 오지환과 함께 전경기를 소화하던 김현수에게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김현수가 부상으로 라인업에서 빠진 뒤 타선의 파괴력이 떨어졌다. 오지환도 마땅한 팀 내 경쟁상대가 없는 상황에서 유격수 자리를 오래 지켰지만 2번 타순에서 팀 타선의 반전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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