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마운드는 2019 KBO 준플레이오프에서 제대로 ‘물량공세’를 폈다. 연장 10회에 끝난 지난 7일 2차전에서는 선발 포함 투수 9명을, 정규이닝인 9회만에 끝난 10일 4차전에서는 무려 투수 10명을 투입했다. 지난해까지의 포스트시즌 한 경기 한 팀 최다 투수 기용(9명)과 한 차례 타이를 이뤘고, 사흘만에 신기록을 달성했다.
두 차례의 물량공세는 승리, 그리고 플레이오프 진출로 이어졌다. 선발이 일찍 무너진 가운데서도 계투진이 실점을 최소화한 덕분에 키움은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 역전에 성공했다. 그렇게 PO진출에 필요한 3승 중 2승을 건졌다.
키움의 불펜 물량공세는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키움은 준PO 엔트리를 그대로 PO에도 유지하면서, PO 엔트리에도 투수 14명을 올렸다. 포스트시즌 엔트리가 30명으로 늘어난 2017년 이후에도 투수를 14명 엔트리에 올리는 경우는 드물었다. 지난해 넥센(현 키움)과 한화가 ‘투수 14명’ 엔트리를 선보인 적이 있는데, 한화는 선발보다는 불펜에 강점이 있는 팀이었고 넥센은 믿을만한 투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다양한 후보군을 올리려는 차원이었다.
올해 키움의 ‘투수 14명’ 엔트리는 투수들을 최대한 사용한다는 점에서 지난해와는 차이가 있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준플레이오프를 승리로 마친 후 “모든 투수들이 한 번 이상 포스트시즌 마운드를 밟았다는 게 더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준PO만 놓고 보면 지난해 넥센은 단 8명만 마운드에 세웠으나, 올해 키움은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투수 14명이 모두 한 차례 이상 마운드에 섰다.
우려되는 부분은 있다. 키움이 투수를 대거 투입한 준PO 2차전과 4차전에 모두 조상우가 각각 2이닝, 1.2이닝을 던졌다. 경기 막판 조상우가 2이닝 가까이를 막아주리란 기대가 있었기에 앞서 던진 투수들을 타자 1~2명만 상대시키고 뺐다. 조상우가 호투하면서 이 계산은 적중했다. 관건은 조상우가 PO에서도 같은 방식의 등판에서 똑같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느냐다. 준PO 때의 불펜 기용은 조상우가 긴 이닝을 안정적으로 소화하지 못해 역전을 당하면 문제가 생긴다. 당장 경기 막판에 쓸 투수가 부족해지고, 다음 경기도 투수진이 체력을 소모한 가운데 치러야하는 위험을 안게 된다.
시리즈의 향배가 좌우될 수 있는 1·2차전이 규모가 작은 문학구장에서 열린다는 것도 변수다. SK 불펜진과도 같은 조건에서 일전을 치루는 것이긴 하지만 홈구장이 익숙한 SK 투수들에 비해 키움 투수들은 심리적으로 쫓길 가능성이 있다. 키움이 추격조까지 총동원한 준PO 때의 투수 기용에 변화를 줄 가능성도 있다. 조상우 외에 필승조를 이루는 김상수, 한현희 등은 올 시즌 LG보다 SK를 상대할 때 성적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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